subvisual

IT 업계에서 새 정부의 ‘근로 시간 노사 선택권 확대’ 정책을 두고 근로자 건강권과 노사합의 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6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근로 시간 노사 선택권 확대’를 위한 노사 의견 수렴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부는 근로자 건강 보호조치와 함께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IT 및 벤처기업에서 ‘몰아서 일하고 쉴 때 쉬는’ 환경을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취약한 IT 및 게임 업계 근로 환경 건강 보호 위한 확실한 구제책 마련할 것 IT 업계는 근로자 건강 보호조치의 구체적 방안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초과 근무가 많고 업무 강도가 높은 IT 업계에서는 휴게시간이 적절히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IT 노동조합 김환민 부위원장은 “IT 업계 근로자들은 업무 과중으로 과로,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겪는다”며 “연차 제도 등을 통해 휴게시간을 어떻게 보장할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게임 분야 및 일명 ‘유니콘 기업’ 같은 스타트업은 노동자들에게 몇 개월 동안이나 강도 높은 일을 시킨 다음 그들에게 ‘번아웃’이 오면 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대체시킨다”며 노동자에 대한 확실한 구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정한 노사 합의, 현 상황에선 무리 과거로의 회귀 막으려면 논의·소통 필요 정부가 노사 합의를 기업의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말뿐인 노사합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학을 연구하는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중소기업, 특히 게임 업계 같은 무노조 사업장의 경우 기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변경해온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3%만을 상회할뿐더러 힘 있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힘 있는 노조처럼)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노사협의회는 요식적인 형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성숙한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정부는 SW, IT 등 디지털 업계의 인력양성 및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IT 및 벤처 기업에서는 인력난 개선, 특히 중견 및 고급인력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 부위원장은 “IT 업계에는 무엇보다 중간급 경력자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명 ‘허리’ 인력을 육성해 중견기업으로서 성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설명했다. 인력을 더 충원해 일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과로를 줄이고 인력 구인난도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구체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 교수는 “지금대로라면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낮은 시급으로 일을 과중하는 과거의 관행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 52시간제로 이어진 흐름을 역행하지 않도록 노동계 대표와 함께 정책과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로 시간 노사 선택권 확대에 대해 정부가 밝힌 대로 ‘현장 소통을 통해 합리적, 균형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기대해본다. 서지원 기자 sjw22@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