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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 설치된 <에픽하이 20 더 무비> 공식 포토존.


“난 너만 내 편이면, 내 fan이면 돼!”(에픽하이 <Don’t Hate Me> 가사)

지난 20일 에픽하이 20주년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에픽하이 20 더 무비>가 개봉했다. 20년 차 하이스쿨*인 송한솔(33) 씨는 개봉 당일 퇴근하자마자 영등포 CGV를 찾았다. 그는 “20주년 콘서트를 다시 영화로 보게 돼 매우 기쁘다”며 “적어도 세 번은 볼 계획”이라고 골수팬으로서의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중국에서 온 하이스쿨 판잉(29) 씨는 더 신나게 무대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에픽하이 공식 응원봉인 ‘박규봉’도 챙겨왔다. 영화가 시작되고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가 <백야>의 첫 소절을 내뱉자, 상영관은 한순간에 콘서트장으로 바뀌었다.


│‘콘서트 실황 영화’의 가파른 성장세

특수 촬영·상영 기법으로 재미를 더하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콘서트 무대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화 장르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최근 국내 영화산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체 관람가 영화 중 임영웅 콘서트 실황 영화인 <아임 히어로 : 더 파이널>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콘서트 실황 영화는 작년 IMAX, SCREEN X와 같은 특수관 매출 역대 최대치를 이끌었다.


콘서트 실황 영화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개봉 영화 수 자체가 감소하고, OTT가 확산되며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엔데믹 이후에도 줄어든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자,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콘서트 실황 영화를 내놓았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콘서트의 현장감을 제공함으로써 팬데믹 기간 동안 오프라인 공연에 목말랐던 팬덤을 영화관으로 끌어모았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특수한 촬영 기법을 적용해 관객들에게 실제 콘서트장 같은 현장감을 선사한다. 지난 20일 기자가 직접 관람한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콘서트장 1층 맨 앞 좌석부터 2층 맨 끝 좌석까지 다양한 시점에서 촬영됐다. 이러한 촬영 기법으로 해당 영화는 좌석마다 각기 다른 무대의 매력을 모두 담았다. 1층 맨 앞 좌석 시점에서는 에픽하이, 하이스쿨과 함께 뛰노는 재미를, 2층 돌출 무대 앞 좌석 시점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던 에픽하이가 무대 도중 갑자기 눈앞으로 다가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영화를 관람한 김혜림(28) 씨는 “촬영 기술 덕분에 실제로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SCREEN X, 4DX와 같은 특별 상영 기술은 더욱 역동적인 무대 관람을 가능하게 한다. <세븐틴 :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를 관람한 이다은(25) 씨는 “비 내리는 무대를 볼 땐 위에서 물이 나오고, 격정적인 퍼포먼스 무대를 볼 땐 의자가 비트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4DX 기술 덕분에 일반 무대 영상을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전했다.


▲ <에픽하이 20 더 무비> 개봉 당일 상영관 모습.


실제 콘서트보다 낮은 ‘관람 장벽’

콘서트 가지 못한 아쉬움 달래


실제 콘서트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콘서트 실황 영화의 큰 매력이다. 에픽하이의 콘서트 티켓은 13만 2,000원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선 교통비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콘서트 실황 영화는 집 근처 영화관에서 2만 3,000원의 티켓으로 같은 무대를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육아, 직장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콘서트에 가지 못했던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결혼 2주 전에도 콘서트에 갈 정도로 god의 열혈 팬인 김수진 씨는 “임신 초기라 지방에서 서울까지 콘서트를 보러 가기 어려웠다”며 “대신 콘서트 실황 영화를 관람했는데, 실제 콘서트장에서보다 god를 더 가까이 마주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그 소감을 전했다.


▲ TTT와 포토 프레임으로 찍은 사진.


TTT, ‘응원봉 상영회’ 등 다양한 이벤트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참여와 체험’


콘서트 실황 영화는 영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도 제공한다. 기자가 에픽하이 콘서트 영화를 관람한 후 상영관에서 나오자, 관객들이 티켓 부스 앞에 줄 서 있었다. CGV에서 런칭한 티켓 형태의 굿즈 TTT(That’s The Ticket)를 받기 위해서다. TTT에는 영화 스틸 컷과 포스터, 빛나는 박규봉 사진이 담겨있었다. CGV는 TTT 외에도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굿즈를 선보였다. 특히 <에픽하이 20 더 무비> 공식 포토 프레임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송한솔 씨는 “영화 관람 전에 포토 프레임으로 에픽하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한 번 더 찍으러 갈 예정”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지난 23일부터 실제 콘서트장에서처럼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응원봉 상영회’를 진행 중이다. 이 상영회에서 관객들은 일반 상영관에서는 참아야 했던 흥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다. 한편, <아임 히어로 : 더 파이널>은 전국 상영관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왔던 ‘영시봉** 상영회’의 인기에 힘입어 싱어롱(Sing along) 상영회를 열었다. 싱어롱 상영회는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상영회다. 상영회에 참여했던 권 모 씨는 “콘서트장에서는 옆 사람 관람에 방해될까봐 노래를 따라 부르지 못했다”며 “대신 싱어롱 상영회 덕분에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부를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


*하이스쿨 : 에픽하이 팬덤 명

**영시봉 : 임영웅 공식 응원봉


글·사진 | 이채연 기자 mu132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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