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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A 씨.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에서 SNS 알림이 울리지만 애써 무시한다. 근래 그는 휴대폰을 끊기로 다짐했다. A 씨의 지난주 휴대폰 스크린 타임은 하루 평균 8시간, 총 스크린 타임은 58시간을 넘겼다.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 것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다른 일에는 집중하지 못함을 느낀 A 씨는 ‘도파민 디톡스’를 결심했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앱에 1시간 사용 시간제한을 설정했다. 이미 아침에 1시간을 다 써버린 그는 더 이상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 알림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는 결국 휴대폰 알림이 울리지 않도록 하는 설정인 ‘방해금지 모드’까지 켠다. 


최근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자극적인 내용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A 씨처럼 ‘도파민 중독’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도파민은 즐거움, 행복감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분비될 시 쾌락을 느끼게 한다. 삶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즉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면 더 강한 자극을 줘야만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돼 중독 현상과 같아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는 즉각적인 쾌락을 유발한다. 이로부터 얻는 즉각적 쾌락을 끊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이른바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도파민 해독 공간’ 마련돼

│‘휴대폰 사용 금지’ 카페 방문기


‘도파민 디톡스’ 바람이 불며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도파민 해독 공간’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4일 기자는 휴대폰을 제출해야만 이용이 가능한 강남의 한 북카페에 방문했다. 카페 입구에 들어가자 ‘(해당 카페는) 휴대폰과 타자소리가 없는 공간입니다. 입장하실 때 반드시 휴대폰을 반납해야 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보였다. 이어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자극에 노출되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힐링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카페 내부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평일 오후 9시, 마감에 가까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6명의 사람들이 차분히 집중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휴대폰 보관함이었다. 무음으로 설정된 휴대폰에 이름을 적은 포스트잇을 부착한 후 보관함에 제출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것이 이 카페만의 규칙이다. 휴대폰 보관함 앞 ‘휴대폰 제출 시 중간에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적힌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휴대폰을 제출한 후 기자는 공책을 꺼내 들었다. 기자는 평소에 집중이 필요할 때 카페나 도서관에 갔지만 그 공간에서도 바로 앞에 있는 휴대폰과 노트북의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날 어떠한 자극이나 유혹 없이 ‘나’와 ‘책’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기자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 카페 입구에 놓인 휴대폰 보관함.


이날 퇴근 후 카페를 찾은 직장인 장 모(32) 씨는 “퇴근 후에 의미 없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스스로가 답답해서 한번 와봤다가 단골이 됐다”며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못하는 것이 불안하지는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휴대폰을 찾게 되고 중요한 연락이 올까 걱정도 됐지만 잠깐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진 않더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는 유튜브나 볼 시간에 무엇이든 의미 있는 일을 해내서 정말 뿌듯하다”고 전했다.


│도파민 디톡스 체험형 전시 열려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


지난 2월 3일 홍대에 도파민 디톡스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등장했다. SKT가 청년 세대의 도파민 중독 해소를 위해 마련한 체험형 전시로 통신사에서 도파민 디톡스를 권하는 역발상적 체험 공간이다. 지난 3일 기자가 이곳에 방문해 도파민 디톡스를 체험해 봤다. 대기 인원이 많아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들어가니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해당 공간은 찜질방 컨셉으로 꾸며져 있었다.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며 몸의 독소를 내보내듯이 도파민 중독을 해소해 보자는 의미다.


먼저 자신의 도파민 중독 상태를 진단해 볼 수 있는 ‘도파민 중독 테스트지’를 받았다. ‘하루 동안 휴대폰 없이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일평균 스크린타임이 4시간 30분 이상이다’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테스트지에서 기자는 60점을 받았다. 함께 체험한 방문객 중엔 90점을 받은 ‘도파민 중독자’도 있었다. 체험 공간에서 본격적인 디톡스 활동을 하며 자신이 받은 점수를 0점으로 차감하면 때타월을 받아 갈 수 있다.


체험 공간은 △ 휴대폰 보관존 △ 독서존 △ 명상존 △ 퀴즈존으로 나뉜다. 휴대폰 보관존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제출하는 것으로 디톡스 체험이 시작된다. 기자도 락커에 휴대폰을 맡기고 목욕탕 열쇠를 받았다. 독서존에선 어려운 책을 읽을수록, 명상존에선 명상을 오래 할수록 더 많은 점수가 차감됐다. 체험 공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퀴즈존이었다. 퀴즈존에서는 스도쿠, 숨은그림찾기 등 순간 강하게 집중하는 ‘몰입’을 통해 도파민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같이 온 친구와 서로 대결을 하며 더 빨리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 바닥에까지 누워 디톡스 활동에 몰입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주예봄(23) 씨는 “숨은 그림 찾는 것에 열중하다 보니 휴대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휴대폰 디톡스를 할 때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 찜질방 컨셉의 체험 공간. 휴대폰을 맡기고 목욕탕 열쇠를 받을 수 있다.


│도파민 디톡스 성공 위해선

│대체 활동이 중요해


본교 손지예(심리 22) 학우는 도파민 디톡스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도파민 디톡스를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다른 대체 활동 없이) 의지만으로 폰을 그만하려고 했는데 딱히 재미있게 할 게 없어 잘 안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파민 디톡스에 성공하려면 휴대폰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대체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뜨개질, 스티커북 꾸미기 등 아날로그적 취미 활동이 떠오르고 있다. 대체 활동으로 뜨개질을 배우고 있는 이주연(22) 씨는 “일어나서 자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하는데 뜨개질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그런지 휴대폰 생각이 안 난다”며 “의미 없이 휴대폰만 할 때는 알게 모르게 무기력해졌는데 내가 만든 양말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 인스타그램에서 #뜨개질을 검색한 화면.


글·사진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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