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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펜 사이는 본보 기사에 대한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는 코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면 전공의 이탈 보름째 ‘의대공화국’ 역풍 맞았다···(5면)을 다뤄봅니다. 

<편집자 주>


한 사람의 인생에서 ‘소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 이 순간 하는 일과 노동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는 길이었기에 종교에서도 소명 의식을 강조해 오곤 했다. 결국 소명은 사람들이 일을 대할 때 돈을 넘어서는 ‘의미’를 주는 기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명에서는 물질적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선에 기여하는 공동체의 무기였다.


죽어 나가는 환자들을 뒤로한 채 진행되는 파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국 사회는 그동안 폭력시위를 혐오해 왔다.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며 폭력은 시위의 목적마저 훼손시키는 행동이라며 수없이 많은 시민불복종을 비판해 왔다.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과정은 시위대가 휘두르는 쇠 파이프보다 열 배는 더 위협적이고 백배는 더 살상력이 크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그것이 수많은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삶을 파괴한다면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 확대는 분명 의사라는 전문직의 객단가를 낮출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의료는 공익사업이다. 업계 종사자들의 안정적이고 확실한 성공을 위한 보상이 첫 번째 플랜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몫을 넋 놓고 빼앗기는 사람은 쉽게 낙오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일의 사회에 대한 기여를 구성원들이 인정해 줄 때 그것은 진정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숭고한 희생의 상징이었던 매스는 소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잔혹한 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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