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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른바 ‘C 커머스(China: 중국 + e-commerce: 전자 상거래)’의 국내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 알리가 11번가를 제치고 2위에, 테무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테무는 작년 7월에 국내 출시돼, 출시 6개월 만에 G마켓을 제치며 급속도로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노년층이 테무의 ‘핵심 고객’

│그들을 사로잡은 ‘초저가’ 전략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의 사용자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지난 2월까지 알리와 테무에서의 BC카드 데이터를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사용자는 153%, 70대 이상  연령대 사용자는 159% 증가했다. 노년층 사용자 증가율이 20대(83%)·30대(68%)·40대(66%)보다 가파르다. 매출액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60대와 70대 이상  연령대의 C 커머스 매출액은 각각 114%, 153.9% 증가한 반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선 7.7%, 8.4% 감소했다. C 커머스가 노년층 국내 쇼핑몰 사용자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리서치사 Attain은 “(미국 테무에서) 59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쇼핑 건수는 Z세대 쇼핑객보다 두 배나 많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테무의 가장 충성 고객”이라 밝혔다. 국내에서도 노년층이 테무의 가장 주된 사용자다. 지난 2월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테무의 국내 결제 금액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남성 사용자가 2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20대 사용자는 남녀를 모두 합해도 13.8%, 30대 사용자는 8.7%에 불과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만큼 젊은 세대가 주 고객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노년층은 소득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계층이라 보수적으로 지출하는 특성을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노년층에게 알리와 테무의 저렴한 가격이 특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C 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이 노년층을 사로잡았다는 진단이다.


C 커머스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있는 제품과 비교해 ‘가격 파괴’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형성돼 있다. 기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4,000원에 구매한 제품을 테무에서 확인해 보니 동일 제품이 627원에, 심지어 무료배송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테무의 이런 초저가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제품을 자국 내 공장에서 직매입해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지난해 순이익 20%를 넘은 든든한 모기업 ‘판둬둬’가 충분한 ‘총알’을 장전하고 있는 덕에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짝퉁·불량품 피해 사례 속출

│노년층은 더욱 취약해


그러나 급증한 사용자만큼이나 가품, 불량품 등 소비자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C 커머스의 초저가 전략 뒤에 잠시 가려졌던 제품 ‘품질’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접수된 알리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 건수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새 500% 증가했다. 지난 1월에만 지난해 접수된 총 불만 건수의 3분의 1 수준인 150여 건이 접수됐다.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산 ‘짝퉁’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에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6만 5,000건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중국산이 적발된 총 물품(6만 8,000건)의 96%에 달했다.


테무에서 손목시계를 구매한 적이 있는 A(78) 씨는 “떨어뜨린 적도 없는데 사용한 지 4일 만에 고장 나서 당황스러웠다”며 “불량품을 받은 것 같아서 환불받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시도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가품, 불량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C 커머스에서 피해 상황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 알리에서 환불 절차를 밟은 경험이 있는 B(32) 씨는 “주문한 상품 중 일부만 배송이 와서 다른 상품을 환불 신청했는데, 고객 센터에서 송장 사진과 주문 품목이 적힌 서류 등 각종 문서를 첨부하라고 해서 너무 어려웠다”며 “며칠을 걸려서 결국 환불을 받긴 했지만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아예 못 할 거 같다”고 전했다.


알리를 이용하는 임 모(51) 씨는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서 자주 이용하긴 하지만 가전제품처럼 오래 써야 하는 물건은 절대 사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은 후기를 살펴보며 품질을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싼 게 제일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짝퉁에 쉽게 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년층은 온라인에서 특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 ‘취약 소비자’라고 부른다”며 C커머스의 노년층 이용자가 많은 만큼 정부의 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정위 소비자 보호책 마련해

│실효성은 의문


이에 지난달 13일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중심의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하며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 위해 식·의약품 △ 가품 △ 청소년 유해매체물 △ 개인정보 침해를 주요 4대 항목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해 특허청,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부처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방안은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마음먹은 정도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관세청에 하루에 36만건 꼴로 검증해야 할 물품이 들어온다”며 “인력 충원 등 현재의 한계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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