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학자금 대출 체납률이 1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학자금 대출 체납액은 661억 원으로 상환 대상 학자금의 16.4%를 차지해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대출자(31만 8,395명) 대비 체납률은 16.1%로 상환 대상자 100명 중 16명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시장 악화를 학자금 대출 체납의 주원인으로 짚었다. 비교적 유리한 조건의 학자금 대출 이마저도 청년들에겐 부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원)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고 대출자의 연간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원리금을 회수하는 대출 제도다. 지난해 상환 소득 기준은 1,621만 원으로, 연간 소득이 이를 넘으면 ‘의무 상환 대상자’로 지정돼 그다음 해부터 급여에서 원천 공제된다. 현행 대출이자는 변동금리 1.7%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A 씨는 “다른 대출에 비해 비교적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다”며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신경 쓰지 않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생은 시중 은행보다 금리가 저렴한 학자금 대출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학기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정민(19) 씨는 “벌써 어떻게 상환해야 할지 걱정된다”며 “상환 시기가 늦어질수록 이자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못하면 적금을 깨서라도 상환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 졸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에 얽매여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 체납액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청년 고용 시장의 악화가 있다고 분석한다. 통계청은 ‘2024년 3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세~29세) 취업자가 전월 대비 13만 1천 명 줄어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본교 취업지원팀 최성욱 팀장은 “코로나 이후 기업 투자가 감소해 신입 공채가 크게 줄었다”며 “기업들에게 신입 채용은 일종의 투자 개념인데, 이제는 신입사원을 육성하기보다 당장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식으로 고용 구조가 변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30~45% 정도의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데, 이러한 고용 구조의 변화는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더욱 늦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체납액 증가의 원인으로 “실직·소득 감소 등으로 인해 상환 능력이 소멸하거나, 물가 인상으로 지출이 확대돼 갚지 못한 경우” 두 가지를 제시하며 “이는 결국 청년층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는 사회초년생들은 대학 졸업 이후의 경제적 선택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 학자금 대출 상환을 끝낸 서유정 씨는 “결혼 이후에도 매달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했던 상황이 부담됐다”며 대출이 사회초년생에게 경제적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한 후 모은 돈을 모두 학자금 대출 상환에 활용했고,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어 직장을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었다”고 전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활용한 장주희 씨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출금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며 “이자가 계속 쌓인다는 사실이 심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해 일상생활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채창균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 체납은 신용등급의 하락을 가져와 청년들의 취업 및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가속한다”며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 체납이 그들의 경제 활동에 주는 제약에 대해 말했다.

│연쇄적인 청년 문제의 일부 근본적인 대책 요구돼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혁의 부재를 지적한다. 지난해 4월 취직 전까지는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국가교육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과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대출자 전체에게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닌 소득에 따라 대출 이자를 차등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취직 전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전면 확대는 결국 법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학자금 대출 제도 이용자 전원이 아닌,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과 다자녀 가구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자 면제 기간을 의무 상환 시작 전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 연구원은 “청년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 정부는 그러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액의 일정 정도를 지원하는 식의 정책으로 청년들의 신용 등급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런 정책들이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꼭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상환을 완료한 이들도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서 씨는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신청했었고 코로나로 소득이 없을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장 씨는 “학자금 대출 관련 정책이 은행·지역별로 상이하다”며 “청년몽땅정보통 등 청년들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는 정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 등록금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 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등 학자금 대출 제도 자체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위에 달하는 높은 등록금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청년 주거·일자리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학자금 대출 제도 개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 | 하헌빈 기자 gkghsqls@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