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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 발생 장소별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2020년 1만 4,697건, 2021년 1만 5,489건, 2022년 1만 6,435건으로 2018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5일에도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편의점 근무자들은 “남일 같지 않다”,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같다”며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불투명 시트지, 범죄 위험 높여

│자연적 감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해


 편의점이 범죄에 취약한 원인 중 하나로 편의점 통창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가 거론됐다. 불투명 시트지는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을 단속하면서, 편의점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리기 위해 부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편의점주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편의점 내부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한 불투명 시트지가 사건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지난 6월까지 편의점 통창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시야 차단을 줄이는 크기의 금연 광고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편의점의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기자가 지난달 26일 강남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불투명 시트지는 대부분 제거돼 있었지만 각종 광고 포스터와 외부 진열대 등으로 외부에서 내부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편의점은 많지 않았다. 논현동의 한 편의점에는 여전히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고, 이외에도 각종 광고 포스터가 가득 부착돼 있어 편의점 외부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은 불투명 시트지는 제거돼 있었지만, 높은 외부 진열대로 인해 외부 시야가 차단된 모습이었다.


▲ 논현동의 한 편의점. 외부에 진열된 물품들로 인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남대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은폐된 공간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을 갖게 해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행인들의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의) 광고 포스터, 외부 진열대 등을 제거해 외부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범죄에 더욱 취약한 야간 근무

│알바생 혼자 대처해야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편의점 운영의 특수성에 있다. 편의점은 야간에도 운영되는 곳이 많고, 주로 직원이 혼자 근무한다는 점에서 각종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더욱 높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본교 B(22·남) 학우는 근무하다 겪은 위험한 사건들로 편의점 야간 근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한번은 새벽 3시쯤에 한 손님이 소주 한 병을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돈으로 결제를 요구했는데, 제가 거절하자 2분가량 저를 뚫어지게 응시한 채 가만히 서 있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너무 무서웠는데 대신 신고해주거나 도와줄 사람없이 혼자 근무하고 있던 터라 더욱 절망적이었어요.” 그는 “야간엔 유독 그런 위험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야간 근무를 할 땐 저도 모르게 경찰에 신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C(22·여) 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계산도 안 하고 술을 마시려는 손님이 있었다. 제지하자 고함을 치며 난리를 피우다 술병을 바닥에 던져 깨트리기도 했다”며 “밤엔 유독 그런 손님들이 많아 혼자 근무할 땐 항상 긴장되고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편의점 운영 환경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편의점은 매장이 좁고 일의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를 고려하면) 여러 명이 함께 일할 필요가 없어 1인 근무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야간 타임 알바를 구할 때는 웬만하면 여자 알바를 뽑지 않는다. 야간에는 위험한 일이 많이 발생하고 도와줄 다른 손님도 없어서 혼자 대처해야 하는데 여자 알바일 경우 위험한 일이 더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야간엔 두 명 이상 근무하도록 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편의점에서 동시간에 두 명 이상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결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심야 시간대에 잠시 영업을 쉬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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