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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서며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유입 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78.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수도권 쏠림 현상의 원인을 지방의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전국 지자체들은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자리 기반은 풍부하지만 청년 인구 유출은 계속되는 지역의 사례를 통해 청년층 수도권 쏠림 현상의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봤다.


▲ 각지에서 온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여수시, 일자리 풍부한 반면

│직종의 다양성 부족해


여수시는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고용노동부 주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에서 지역일자리 부문을 수상했다. 산업 단지 청년 취업률 제고, 청년 취·창업 지원 등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2 여수시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수 미취업 청년의 46.5%는 관내에서, 17.6%만이 관외에서 취업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상당수이며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여수 내의 청년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2016년 18.6%였던 청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16.5%까지 떨어졌다. 여수에 남아있기를 원함에도, 불가피한 이유로 여수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여수는 일자리 갯수는 많은 반면, 직종의 다양성이 적어 일자리에 성별 간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에는 LG 화학, 한화솔루션, GS 칼텍스 등 대규모 석유 화학 산업단지가 조성된 덕분에 일자리가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일자리는 전공과 직무 특성상 대부분이 남성 위주의 일자리였고,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의 폭은 좁았다. 여수 산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엔지니어, 오퍼레이터 등 전문직의 90% 이상은 남성이다. 여성은 경리, 사무보조뿐”이라고 전했다. 남성이 많이 종사하고 선호하는 산업단지의 양질의 일자리는 풍부한 반면, 여성이 근무할 수 있는 직종의 다양성은 부족한 것이다. 여수에서 초중고 졸업 후 서울 소재의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B(31·여) 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여수를 떠나기 싫었지만, 원하는 직종의 일자리가 없어 여수는 선택지에 없었다”며 “(여수는) 산업단지 말고는 소득 높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 선택지가 적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자리 다양성 부족으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도 청년이 사라지는 지역은 여수뿐만이 아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산업단지가 조성돼있는 포항시의 일자리는 2016년 15만 개에서 2022년 16만 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포항 청년의 인구는 2011년부터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포항도 남성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많은 반면 그 외 직종의 다양성이 부족해 취업 시 선택의 폭이 좁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여성 선호 일자리 서울에 집중돼

│일자리,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 노력 필요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29세 여성의 서울 이주는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여성 청년의 서울 이주를 연구한 경남대 장민지 교수는 “여성이 선호하는 직종이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여성 편향을 보이는 콘텐츠 산업은 지방에 관련된 직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서울로 집중되는 것”이라고 해당 현상을 설명했다. 또한 장 교수는 “이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일자리 다양성의 부족으로 지방은 청년 인구 자체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방의 일자리 다양성 제고가 관건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층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일자리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장 교수는 “수도권으로 이주하게 하는 유인은 일자리, 문화시설, 인프라 등 다양하다”며 “현실적으로 수도권의 다양한 일자리, 문화시설, 인프라 등 모든 것을 지방에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의 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선 청년들을 이주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사진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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