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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는 기본이고 탐구 과목까지 학원에 의존해 공부했다. 한 과목이라도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뒤쳐질까 봐 불안했다.” 본교 김 모(신방 23) 학우는 사교육의 쳇바퀴 속에서 대입을 준비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학원의 선행학습이 일상화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간의 속도 경쟁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김 학우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풀기 바빴다”며 “사실상 학원과 학교의 역할이 뒤바뀐 셈”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역시 불어나는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사상 최고치인 26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10.8% 늘어난 수치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역시 12%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교육과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자녀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78.8%였으며, 사교육비가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이처럼 사교육 의존이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입시 결과가 좋은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별도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본교 A 학우는 “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이름값’ 높은 학원에 다니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며 “동네에서 유명한 학원은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학원은 시험에 특화된 교육만을 제공한다”며 “(사교육이) 공부하는 능력 자체를 기르는 데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시절 성적 상위권을 유지했던 그는 “학원 선생님이 (내가) 학교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복사해 전체 학생들에게 무단으로 배포한 적이 있었다”며 학원생 다수의 시험 성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한 사교육업체의 행각을 토로했다.


‘대치동 시스템’의 실체

사교육 발 빼는 순간 경쟁 뒤처져


명문 학원가를 둘러싼 열 오른 사교육 경쟁은 여전하다. 국내 사교육 시장의 집결지인 대치동에서 9년째 수학 강사로 일하는 박 모(43)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씨는 “요즘은 수학 학원이라 해서 단순히 수학 성적만 관리해 주는 곳은 드물다”며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일일학습계획표를 짜주고 조교들이 수시로 학습 상태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원이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생활관리에 긴밀하게 관여하는 이른바 올케어(All-Care)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성적의 당락을 가르는 학습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일 또한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학원 실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어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업 스케줄을 모두 이행한 학생들만 먼저 하원할 수 있게 했다”며 “자연스럽게 주변 친구들과 자신의 학업수행도를 비교하게 만들어 학습욕을 자극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학원 내부에서 학생들 간 경쟁심리를 부추겨 학습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박 강사는 “학교에서 한 학기에 걸쳐 배우도록 할당한 내용을 학원에서는 윈터스쿨, 썸머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빠르면 2주간 속성으로 가르친다”며 “사실 이런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게 당연한데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걸 해내고 있다보니 뒤쳐지는 학생들은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사교육 과열화, ‘직업 줄세우기’가 원인

에듀테크 활용해 공교육 질 높여야


최근 교육부는 입시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11월 한 달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사교육 과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입시경쟁을 유발하는 대입제도는 방치한 채 처벌만 강화하는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인교대 교육학과 박주형 교수는 “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욕망이 사교육 시장을 점점 확대시키는 원인”이라며 “직업간의 소득 차이로 직업이 서열화되어있는 한 사교육 수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충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사교육에 투자한 비용이 학생의 성적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면 교육 격차의 문제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공교육과 달리 에듀테크* 등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된 것”이라며 “공교육 차원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방과후수업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가 급증한 가운데 방과후교육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지우 기자 jiwoo8155@sogang.ac.kr


*에듀테크 :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결합한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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