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직장인 A(35) 씨는 어느 날 자신의 얼굴에 흉한 여드름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욱신거리는 통증까지 동반됐지만, 아침에 출근하면 해가 지고서야 퇴근하는 A 씨는 병원에 방문할 수 없었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주말에는 문을 닫는 병원이 대다수였다. 여드름이 심각하게 번져가자, 지난 7월 그는 대안으로 ‘비대면 진료’를 찾았다.


비대면 진료 중개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를 설치하고 증상을 선택하자 병원 목록이 떴다. A 씨는 영상으로 의사에게 자신의 피부 상태를 보여주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은 앱 내에서 바로 약국으로 팩스를 통해 전달됐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A 씨는 약국에서 택배로 배송된 약을 편하게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A 씨는 처방받은 약이 모두 떨어졌지만 비대면 진료를 다시 이용할 수 없었다.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까지는 동일했으나, 해당 앱은 A 씨에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조건임을 증명할 서류를 요구했다. 그러나 A 씨에게는 해당하는 조건이 없었고 결국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완치될 때까지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제 처방받을 길이 없으니 막막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로 개편

초진은 대상자 자격 증명해야

 

A 씨가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까닭은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계도기간을 마치고 9월 1일 본격 시행되며 대상 환자 기준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병원을 자유롭게 방문하기 어려웠던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한시적으로 상황적 특례를 인정해 전 국민 대상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그러나 2023년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진 이후 결정된 시범 사업부터는 대상 환자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고려에 중점을 두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대상 환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1회 이상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의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해 추가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초진 환자는 △ 섬·벽지 거주자 △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 등록장애인 △ 감염병 확진자일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 둘러싼 의견 첨예

“환자 위한 비대면 진료 맞나”

 

원칙적으로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위반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가운데, 지난달 12일과 2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국감)가 열렸다. 국감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과 규정 위반 사례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며 완전한 합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점들이 드러났다.


한편 정부는 지적된 문제점들을 인정하면서도, 국민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재고해 달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국감에서 “최대한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을 해결하겠다”면서도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류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비대면 진료 제도 도입 본래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의사는 19%, 약사는 8%에 불과했다. 복지부가 추진했던 시범사업 확대 방안인 ‘의료취약지 범위와 초진 대상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은 10%대에 불과했다.


반면 산업계와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현행 시범사업이 국민의 고충과 수요를 거스르고 있음을 지적하며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는 “소수의 극적인 부작용 사례들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가 전면 재검토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진료 기준이 엄격해지고 약의 직접 수령만이 가능해지며 A 씨와 같은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로부터 다시 단절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 정책이 의료계와 경제계 등 이해 집단의 영향 아래서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약의 배달 수령 금지와 대형 병원의 비대면 진료 제한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초진 대상 환자 역시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지희 기자 orcaboo@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