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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정부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거리의 불법건축물을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지난 1월 13일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에 대해 “불법건축물로 인해 거리 폭이 3.615m까지 좁아져 인파의 이동을 더욱 어렵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불법건축물은 신고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증축한 건축물로, 증축 과정에서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불법건축물 특별점검을 시행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약속한 불법건축물 단속은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기자가 지난 1일 용산구 이태원동에 직접 방문해 참사 현장 인근의 불법건축물 실태를 살펴봤다. 


▲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불법건축물.


│참사 원인인 불법건축물

│제도 개선 전무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의 한 음식점은 건물 1층에 테라스를 증축해 인도 앞까지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해 두고 있었다. 참사 장소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기자가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해당 음식점은 2010년 불법건축물로 적발된 후로도 13년가량을 철거하지 않은 곳이었다. 이날 참사 장소 인근에서는 해당 음식점과 비슷한 형태의 불법건축물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 발생 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적발한 불법건축물 279건 중 199건(약 71%)이 여전히 철거되지 않았다. 참사 이전 적발돼 시정되지 않은 불법건축물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용산구에서 적발된 미철거 불법건축물은 총 1,883건에 달한다.


불법건축물로 적발된 후 철거하지 않으면 시정할 때까지 연 2회 이내로 불법 증축 면적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행강제금 제도는 반복적으로 벌금을 부과해 건축물 소유주의 철거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적발된 후에도 벌금만 납부하고 철거하지 않는 건축주가 많아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다.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이영주 교수는 “불법 증축으로 가게를 확장해 손님을 늘려 얻는 경제적 이득이 이행강제금 부담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불법건축물을 철거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행강제금을 불법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았을 경우 얻어지는 이득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과해 반드시 원상복구를 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월 서울시는 ‘건축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하며 이행강제금을 최대 4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 규모의 증가가 주민 고통을 가중할 수 있다는 주택공간위원회의 반대로 현재까지도 시의회에 계류된 상태다.


│체납률 23%p 증가, 압류율 27%p 감소

│정부의 개선 의지 부족 지적돼 


이행강제금 체납 시에는 체납자의 재산을 조회해 이를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 체납률은 증가했지만, 체납자의 재산 압류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불법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의 체납률은 2020년 17%에서 올해 40%로 증가했다. 반면 체납자의 재산 압류율은 2020년 48%였던 것에 반해 올해는 2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는 “(불법건축물 문제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당국의 의지 부족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교수는 “체납자들이 미리 재산을 조회되지 않도록 숨겨 압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불법 건축된 부동산 자체를 압류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명백히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되는 건물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글·사진│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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