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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본교 국제인문학부 학생회 연화가 개최한 마라톤 챌린지에서 학생회 내부자가 상품을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마라톤 챌린지는 816일부터 31일까지 총 16일간 학생회비를 납부한 국제인문학부 학우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벤트로, 걷거나 뛴 거리를 나이키 러닝앱()에 기록해 더 많은 거리를 달린 사람에게 등수별로 시상하는 대회다. 상품으로는 에어팟, 에어프라이어, 블루투스 키보드 등 고가의 전자제품이 걸렸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록에 조작 의혹 제기돼

학내 커뮤니티에 깔끔하게 해명해달라 요청 쇄도

 

논란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1위 참가자(641.4km)2위 참가자(624km)의 기록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사전 공지된 행사 규칙을 어기지 않고 16일 동안 640km의 거리를 기록하려면 단순 셈법으로도 하루에 40km 넘게 걷거나 뛰어야 한다. 보통 마라톤 선수의 훈련량이 주당 250km를 넘지 않는다는 점(대구마라톤협회)에 비춰봤을 때 일반인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수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학우들은 정당한 방법으로는 세우지 못할 기록이라며 해당 참가자의 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한편 1위 참가자가 국제인문학부 학생회 소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대회의 공정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대회 주최 측이 상을 타는 것은 학생회비 횡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해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연화는 이날(19) 학내 커뮤니티 서담에 마라톤 챌린지 및 기타 추첨 이벤트에 관한 해명이 담긴 공식 입장문을 게재했다. 연화는 앱으로 기록을 측정하기에 조작의 여지가 없어 학생회 구성원이 참여해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학생회 일원이 순위권에 포함될 경우 제기될 의혹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밝혔다. 소통에 불만을 표한 학우들에게는 의견 수렴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640km 기록에 대한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지적은 논란 당사자인 A(1등 참가자)의 첫 번째 입장문이 올라온 이후에도 동일하게 제기됐다. A씨는 본인의 기록 방식을 설명하고 상품을 받지 않겠다고 전했으나 학우들 사이에서 깔끔하게 해명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게시판에는 마라톤 챌린지가 진행된 16일간의 기록을 모두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앱 가동 시간 조절해 기록 조작했을 가능성 有

평균 페이스로는 꼼수잡아내기 어려워

 

A씨는 입장문에서 일상생활 도중 앱을 오랜 시간 켜두고 이동거리를 측정했기 때문에 논란의 기록이 집계됐다고 밝혔다이에 기자는 같은 방식을 이용해 640km를 채우는 게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봤다.

 

먼저 기자는 앱을 실행한 뒤 버스를 타고 집에서 2km 떨어진 카페로 향했다. 이때 앱의 자동일시중지기능(달리기를 멈췄을 때 시간 측정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기능)은 끈 채로 이동했으며, 이 경우에도 이동 상황이 챌린지의 리더보드에 기록됨을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앱으로 확인한 페이스(1km를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3분이었다. 주최 측 연화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일반인의 달리기 속도라고 보기 힘든 ‘5분 미만의 페이스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사전 공지한 바 있다.

 

대략 2km의 거리를 버스로 이동한 뒤, 카페에 앉아 30분가량 앱을 켜뒀다. 그러자 페이스는 3분에서 18분으로 상승했다. 앱 화면(그림1)에는 기자가 40분 동안 2.2km를 도보로 이동한 듯한 기록이 나타났다. 이처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더라도, 앱을 켜놓는 방식으로 소요시간을 늘린다면 페이스 기록을 5분 이상으로 부풀릴 수 있었다. 입장문에서 A씨는 앱을 오랜 시간 켜둔 사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앱 가동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해 기록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연화가 채택한 검증 방식 이러한 꼼수를 구별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자는 앞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동선을 온전히 걸어서 이동해봤다. 앱 화면(그림2)상으로는 이전의 결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만약 연화 측 검증 방식대로 기록(그림3)을 인증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라도 대회 담당자가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

 



(그림 3) 연화 측 인증방식을 따른 기록사진


한편 연화가 구간별 페이스가 찍힌 기록 사진을 제출 받았다면 위와 같은 형태의 부정행위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경우(그림4) 구간별 페이스를 보면 처음 2km의 페이스가 5분 미만인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도보로 이동한 경우(그림5) 구간별 페이스는 꾸준히 16분 전후를 유지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 참가자에게는 규정의 허점을 발견했다면 공정한 경쟁을 위해 그 사실을 주최 측에 전달할 도의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는 이를 알리지 않고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학생회 소속으로서 누구보다 피드백 전달이 용이했을 A씨가 대회 공정성 보장의 의무를 져버렸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과 참가자 사과문 잇따라 게재돼

연화 허점이 많은 기준이라는 점 인정

논란 당사자 A휴대전화 흔들어 기록 조작했다”···사퇴 의사 밝혀

 

오늘(21) 새벽 국제인문학부 학생회 연화가 두 번째 입장문 게재했다. 연화는 기록 검증 과정에서 앱 내에서 확인되는 거리, 시간, 페이스를 전적으로 신뢰했기에 평균 페이스 5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모든 기록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화는 평균 페이스 5 이상이라는 기준 설정의 허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641km라는 비정상적인 기록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연화 측의 해명이다.

 

연화는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재검토 과정에서는 평균 걸음 수인 케이던스를 고려해 수상자 포함 참가자 전원의 기록 인정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A씨 역시 두 번째 입장문을 발표, 대회 기간 16일 간의 기록을 모두 밝히고 앱을 흔들어 인공적인 기록을 만들었다며 잘못을 추가로 시인했다. 앱을 러닝머신 모드로 설정한 뒤 휴대전화를 흔들어, 달린 기록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A씨가 밝힌 16일 간의 기록 중 러닝머신 모드로 기록된 것은 총 210.63km 분량으로, 전체 거리의 약 1/3에 해당한다.

 

이에 기자가 같은 방법으로 10분 간 휴대폰을 흔들어봤다. 10번 가량 흔드니 10m를 이동한 것으로 기록됐다. 10분간 흔든 결과, 6분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1.65km라는 유효한 기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손목 통증이 심해 더는 휴대폰을 흔들 수 없었다. 이 사실로 미뤄봤을 때 A씨는 앱을 흔드는 방식뿐 아니라 교통수단을 이용해 거리를 부풀리는 방식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해당 입장문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날 우천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81km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논란은 재차 확산됐다이를 두고 연화 측이 내부자인 A씨를 감싸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기록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80km의 기록이 나온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연화, 입장문서 사실관계 왜곡···내부자 감싸기 의혹 제기돼


또한 본보의 취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왜곡된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앞서 연화 측은 입장문에서 하루 동안 36km를 이동한 A씨의 기록을 공개하며(그림6) “이외의 수상자 역시 인정받은 기록에서 부당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입장문의 기록을 대조해본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우선 연화 측이 사례로 든 A씨의 기록은 829일의 기록이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사진(그림7)에 따르면 같은 날 49.11km가 기록돼 있다. 즉 논란을 처음 해명하는 과정에서 13km 가랑을 제외한 뒤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본보가 제시한 의혹에 대해 연화 측은 "1차 입장문에 기재한 기록은 당시 해당 참가자에게 제공받은 기록에서 동선만 가려 그대로 올린 것"이라 해명했다. 또한 "내부자를 감싸주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초기 대응 당시 발생한 실수"라고 전했다.



(그림 6) 19일 연화 1차 입장문에 첨부된 사진


(그림 7) 21일 A씨 2차 사과문에 첨부된 사진


관계자들의 잇따른 입장 표명에도 의혹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자 학우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전한 비판을 넘어선 조롱은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 "잘잘못 판단을 떠난 실명 언급, 거주지 추측은 지나쳤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마다 학생회 운영에 실망한 학우들의 학생자치 참여가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보다 투명한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예 기자 gina616@sogang.ac.kr

송민경 기자 prima324@sogang.ac.kr

전채연 기자 chaeey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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