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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서강에 대한 애정으로 15년째 서강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동문이 있다. 국제팀과 발전홍보팀을 거쳐 현재 본교 학사지원팀에서 교육과정, 강의실 업무를 담당하는 박시인(영문 02) 과장을 만나봤다.

 


- 지금도 떠오르는 서강에서의 경험은?


수업에서 교수님들과의 호흡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김태원 교수님 수업을 좋아해서 마지막 학기에도 들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느라 수업 준비를 못 해오던 제게 김 교수님이 “이대로 졸업할 건가요?”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제가 인생에 집중하지 못할 때마다 생각나요. 이성범 교수님이 토론할 때마다 “박시인 학생이 촌철살인 멘트를 했네요” 하고 칭찬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고요.

 

- 교직원을 택한 계기는?


처음부터 교직원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아니었어요.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결국 서강에서의 기억이 저를 끌어당겼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이 모교에서 일하게 만든 것 같아요.

 

- 바쁜 부서에서 일하며 힘든 점은?


지난해 7월에 학사지원팀에 왔어요. 햇살이 환할 때 교문에 들어섰는데 마음은 너무 무겁더라고요. 학생들을 보면 정말 예쁜데, 제가 묵직한 업무를 맡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죠


학사지원팀 업무는 교수님들과도, 학생들과도 충분히 논의를 잘해야 해요. 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사람들의 요구를 해결해주지 못했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3년 만에 대면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도 많이 변했고, 새로운 요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여러 변화 속에서 일도 많아졌고요. 매주 100통 이상의 전화를 받고 야근도 자주 했어요.

 

- 교직원으로서 느끼는 보람은?


남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없을 거예요. 뭐든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일해요. 여기가 제 모교고, 제가 돕는 사람들은 제 후배고, 제가 하는 일은 모교 발전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니 뿌듯하죠.


- 교직원으로서 갖고 있는 가치관은?


서로 존중하는 거예요. 저부터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타인을 존중하기 쉽지 않죠. 가장 쉬운 방법이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는 거예요. 저 자신을 성찰하다 보면 저를 더 잘 알게 돼 저를 더 잘 존중할 수 있어요. 그러면 타인도 존중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아는데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이 많잖아요. 학생들이 당연히 이해하리라고 생각하고 대충 설명해주기는 싫거든요.

 

- 개인 ‘박시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계획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미래를 생각할 때 쓰는 에너지를 현재로 자꾸 가져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불안해지고 타인의 욕망이 많이 투영되거든요. 대신 현재에 집중하면 행복해요. 그러면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점이 좋아요. 천천히 살면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보여요. 모든 걸 계획하다 보면 억지로 ‘이걸 배워야지’라고 하는 느낌인데, 계획 없이 살아가면 배우고 싶은 것도 생기는 거예요. 천천히 노력하는 삶 속에서 인생의 해답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빨리 가고 싶을 땐 달리기도 해보는 등 ‘저와의 밀당’을 하다 보면 인생에는 기회가 넘쳐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못해서 소망에 가깝지만 제 좌우명은 ‘즐길 수 없다면 피하자’입니다.

 

글·사진 | 이우빈 기자 woobinlee@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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