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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마스코트였던 길고양이 ‘레오’. 이준행(국문 11) 동문은 매번 벤치 위에 앉아 있던 레오를 기억하며 밴드 이름을 지었다. ‘벤치위레오’, 이들은 ‘사소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 일상의 아이러니를 노래하는 팝 록 밴드’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섬세한 언어와 일상의 평범함으로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벤치위레오의 리더 이 동문을 만나봤다.


- 밴드 활동에 도움된 서강에서의 경험은?


현대시를 전공했어요. 그래서 가사를 쓸 때 어휘에 대한 검열을 철저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곡의 서사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발표할 때 자신감을 얻었어요. 학부생 때 발표만 18번을 했거든요. 그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떨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전공 지식으로 평론가 활동을 하고, 글도 쓰고 있으니 그것도 학교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음악에 담긴 일상의 아이러니가 뭔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곧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낯설게 하기’는 일상 언어가 놓이는 맥락에 따라 예술 언어로 바뀔 수 있다는 예술적 개념이에요. 일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일상적인 뭔가가 ‘예술’이 되는 거죠. 결국 좋은 예술은 일상에 대한 적절한 비유와 자극적이지 않은 언어로 수용자에게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작사어에 취향이 있나? 


저는 ‘흐른다’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많이 써요. 언어학적으로 ‘ㄹ’ 발음이 많이 들어가면 예쁠 수밖에 없거든요. 또한 ‘흐’가 가진 강함과 ‘르’가 가진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면서 무언가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줘요. 반면 사랑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층위의 사랑을 한꺼번에 전달하려는, 너무 효율적인 단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머니에게 느끼는 감정도 사랑이고 연인에게 느끼는 것도 사랑이잖아요. 같은 연인이더라도 사랑의 깊이도 다 다르고요. 


그런데 나이가 더 들면서 그냥 사랑하자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이 단어도 모든 걸 포괄할 수 있는 단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냥 사랑이라고 열어두면 수용자들 각자의 사랑에 대입할 수 있는 거죠.


- 가장 애정하는 노래는?


저는 ‘클라우디’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이 노래는 옛날에 썼던 습작 시를 꺼내 가사로 옮긴 거라 가사에 시적인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가사 중간에 등장하는 ‘구름’, ‘그 울음’, ‘그을음’, ‘그 흐름’ 등의 단어는 곡 안에서 비슷하게 들려요. 소리가 비슷하면 유사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러한 언어적 유사성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거든요. 그을린 잿빛 구름, 구름이 흘러가는 장면, 또는 구름이 우는 것 같은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언어적 유사성을 시적인 언어로 써보려고 했던 노래라 애착이 가네요.


글 | 정가영 기자 shiny22016@

사진 제공 | 이준행 (국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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