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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이나 공부하다 힘들 때 유튜브를 자주 들여다보곤 한다. 유튜브 추천 목록의 상단에 널리 읽히는 고전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사상을 덧붙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유튜브 채널이 나올 때마다 지친 나의 머리에 당혹감과 가벼운 분노를 느낀다. 이것은 마치 딸기빙수를 만들어 먹기 위해 눈이 내릴 때 입에 눈을 한 뭉치 넣고 딸기를 입안에 쑤셔 넣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으니. 혹자는 이렇게까지 과격한 표현을 써 가며 그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폄하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할 것이다. 이들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레이아웃을 편집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물론 옳은 말이지만, 문제는 그것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이들에게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일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전이란 누구나 읽은 것으로 자부하려 들지만 실은 누구나 읽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억지로라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숏 콘텐츠를 소모하고, 고전을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하는 이들이 억지로 읽는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요약 영상 콘텐츠를 소모하는 현실이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고된 학업 및 직장 생활로 인해 고전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데, 감히 필자가 이런 현상을 비판할 수 있겠냐고. 필자도 부정할 수 없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는 크나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의 결핍이다. 요약 콘텐츠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콘텐츠 속 사상이나 해석에 의존하게 된다. 짧은 콘텐츠의 길이 속에서 고전의 다양한 유머, 시대적 배경, 직접 읽음으로써 느끼는 감동, 독자가 직접 생각하며 발전하는 독창적인 사상은 끼어들 여유가 없다. 시청자는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콘텐츠의 내용과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여러분은 고전을 그대로 읽으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반박과 비판의 답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대학생이니까.


최종민 (화공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