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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나는 3월에 ‘도전하는 달’이다. 3월은 흔히 시작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학생 입장에서는 개강하기 때문에 계절적으로 새로이 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게 많아 헤매고 지레 겁먹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욕 넘치게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가도 경로를 이탈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드시 일직선상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것은 아니기에 얼마든지 개척자가 되어보아도 좋다.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무수한 길이 열려 있고 선택권을 갖는다는 건 어쩌면 일종의 특권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역시 그리 용감하게 굴진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길 중 그나마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개강한 이후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그 핑계로 매사에 소극적으로 굴기도 했다. 도전 정신이라고는 1도 없이 지낸 것이다. 뭐든지 부딪혀보겠다던 패기 있는 수험생의 마음가짐이 다시금 필요한 순간이었다.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늘 속으로 되뇌는 문장이 있다. 소설 듄에 나오는 대사다. 꽤 긴 대사 중 내 마음대로 한 문장만 선택했다. Fear is the mind killer.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긴장될 때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나지막이 중얼거리면 진짜 주문이라도 걸리는 듯 기분이 살짝 나아지곤 한다. 용기를 불어넣어 힘든 상황을 이겨내게 해주는 나만의 주문이다. 좌우명이나 기운을 북돋는 말을 하나씩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용감한 결정에 한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내 좌우명은 따로 하나 더 있는데, 너무 웃겨서 차마 여기에 쓰지는 못하겠다. 아무튼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시작하는 순간에는 잃을 게 없으므로 조금은 무모한 도전도 해보라는 것이다. 도전에는 용기를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그 용기가 샘솟는 원천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건 단지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뿐이다.


최효영 (영문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