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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콘텐츠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실시간 SNS 게시물, 숏폼 콘텐츠와 OTT 기반 드라마나 영화 등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콘텐츠에 노출된다. 이나다 도요시의 저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이러한 양상이 현재 젊은 세대, 소위 ‘MZ 세대’의 콘텐츠 소비 성향이라고 분석한다.


먼저, 영화나 드라마 등은 예술 작품으로서 감상하고 향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락으로서 소비되는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콘텐츠가 흔해지고, 낮은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화되면서 더욱 심화한 양상이다. 예를 들면, 영화관에 직접 가서 하나의 작품을 골라서 봐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불과 월 몇천 원만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든 수백, 수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감상 및 소비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게 되었다. 시청자들은 ‘빨리 감기’ 기능이나 ‘건너뛰기’ 기능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영상을 편집하며 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패스트무비 (영화 요약본 영상)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몇 분, 몇 시간으로 정리해 놓은 영상이 굉장히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양상은 현재 2030세대의 경쟁의식이나 쾌락주의 성향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까지도 타인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습득하고 저장해야 할 정보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는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양상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단지 영상 콘텐츠 제작 업계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적응하려는 노력은 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세대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신과 다른 생각과 의견에 귀 기울이며, 서로 이해하려 한다면 더 따스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도경 (정치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