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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독교인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승리했다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어쩌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교회라면 사랑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비추어 봤을 때, 승리했다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꽤 크다.

 

성경에서 말하는 승리의 의미는 일반적인 의미와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인 의미의 승리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이기기 위해서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를 누르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한편 성경에서 예수님은 승리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시고 몸소 실천하신다. 신자든 비신자든 한 번쯤은 십자가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기 위해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서 돌아가신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죄를 책망하고 벌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든 죗값을 치르신다.

 

많은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물리적인 힘이든, 사회적인 권력이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만 악을 근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방법은 완전히 반대다. 한없이 낮아짐으로 악을 이긴다. 완전한 사랑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음을 보여주신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승리는 이런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성경에서 말하는 승리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상대보다 강한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승리한다. 악을 악으로 이기려 하지 않고 끝까지 선으로 악을 이겨낸다. 특히 전쟁, 난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 상황에서는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다만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기에, 감히 사랑으로 악을 이겨내자는 말을 전해본다. 구체적으로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으로 용서해 보는 것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미련해 보이는 행동일지는 몰라도,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의 작은 힘이 모였을 때 이루어질 일을 기대해 본다.

 

이륜구 (기계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