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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를 기점으로 65기 기자들이 임기를 마치고 퇴기했다. 수고한 선배 기자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자 2년간 그들이 써온 모든 기사를 직접 프린트하고 잘라 스크랩북을 제작했다. 선배들과 함께 쓴 지면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당시에는 마감 기한에 맞춰 기사를 완성해 내느라 급급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글을 쓰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들어온 서강학보에서의 1년은 넘어짐과 일어섬의 연속이었다. ‘오연지 기자’라는 호칭이 어색해질 틈도 없이 2주에 한 번 ‘나’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직접 부딪혀가며 배웠다. 마감일이 코 앞인데 아이템은 엎어지고 취재원은 연락 두절. 돌이켜보면 매 호마다 크고 작은 위기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맡은 기사는 꼭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혼자’ 힘들어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기자가 되고 단 한 번도 홀로 기사를 완성했던 적은 없었다.


과거에 쓴 기사들을 돌아보니, 기사의 내용보다도 그 너머의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싶으시다며 얼굴도 모르는 학보사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거신 교수님, 아무 대가 없이 자문을 해주신 전문가분들, 그리고 ‘학우들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머리를 맞댔던 동료 기자들. 기자가 된 이후 한 순간도 빠짐없이, 난 사람들과 함께였다. “혼자 큰 사람 없고 혼자 클 수 있는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혼자 쓰는 기사’라는 것은 없다.


신문 속 선배들의 노력을 마주하며 서강학보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다시금 느꼈다. 아마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나의 작년이 사람들로 꽉 찼던 것처럼, 올해도 그 무엇보다 든든한 66, 67기 동료 기자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이 이 무게를 함께할 것이다. 이들이 한 해 동안 날 얼마나 키워내고 또 함께 성장해 갈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봄이다. 작년과는 또 다른 성장을 이루기 위해 올해도 서강학보는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 지면을 채우기에 급급한 기사들이 아닌, 독자들이 읽고 싶고 기자가 쓰고 싶은 활력 있는 서강학보를 꾸려가기 위해 편집국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오연지 기자 yj231065@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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