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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되고 2주마다 정신없이 달리며 신문을 발행해 왔다. 조판이 끝난 어느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동료 기자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앞으로 살면서 내가 이만큼 열정을 갖고 할 일이 또 있을까 싶어.” 


그러게 말이다. 뒤돌아보면 정말 오롯이 열정 하나로 일군 시간이었다. ‘그때 어떻게 해냈지?’ 싶은 순간도 많다. 어떤 기사 구성이 나은지, 어떻게 문장을 고칠지 고민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하면서 기사를 마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했다.


만약 누군가 그 열정의 원동력이 뭐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임감이라고 답하고 싶다. 맡은 일을 2주 안에 해내고, 내가 보기에 만족스러울 때까지 기사를 다듬는 무형의 노력은 내 안에서 끌어올린 힘으로 행해졌고, 그건 바로 책임감이었다.


사소한 문장 표현 하나 고친다고, 좋은 아이템을 고뇌한다고, 취재원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본다고 해서 서강학보의 신문으로서 가치가 대단해지거나 더 많은 학우가 신문을 읽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을 바라면서 학보에 임했다면 나와 기자들은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신문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내가 가진 힘으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면 말이다.


기자로서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다 보면 갖는 힘도 있다. 교수님, 각 분야 전문가, 다양한 관계자분들까지 기사를 위해 그들에게 질문하고 인터뷰를 요청하고 때로는 해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글을 통해 문제의식을 밝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다. 이때 기자가 갖는 힘의 본질은 영향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취재원을 통해, 글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책무를 다할 뿐이다. 이걸 인지하는 순간 힘은 내 어깨를 우쭐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되려 누른다.


언론은 모두가 외면할 때도, 필요없다고 말할 때도 맡은 책무를 수행해가야 하는 곳이다. 반짝거리지만 일순간에 소용없어질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쉽게 부서지지 않는 책임감이라는 힘으로 묵묵히 나아가기를. 오늘도 열정으로 임하고 있는 모든 대학 언론인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서지원 편집국장 sjw22@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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