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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지성주의’가 트렌드라 불리는 시대다. 그 안에서, 대학언론은 설 자리를 나날이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학보사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양난에 처해있다. 온라인 매체의 저변을 확대한다고 해도 대학언론의 영향력은 이미 반으로 줄어든지 오래고, 학보의 존재감 또한 마찬가지다. ‘펜과 펜 사이’ 코너를 모집할 때는 원고가 모이지 않아 곤혹을 겪었던 순간들도 다수 있었다.  


이와 별개로 학보에서의 2년은 빠르게 지나갔다. 2주마다 반복되는 마감과 조판으로 지치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사회부의 경우 어젠다 세팅 단계에서부터 고뇌를 거듭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제외하게 되고, 그렇게 고르고 골라 선정한 아이템마저도 취재원으로부터 “저희가 자료를 보내드릴 테니 해당 방향으로 기사를 써주세요”, “비판 논조는 사양하겠습니다” 등의 멘트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대놓고 홍보성 기사를 작성해달라 요청하는 단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교내 곳곳에 설치된 가판대에서 누군가 학보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힘을 냈다. 그럼에도 대학언론의 가치를 믿어주는 이들을 생각하며 기사를 쓰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 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기사의 가치를 고민하는 동료들을 보며 깨달았다. ‘지금의 위기는 대학언론사의 위기일 뿐, 아직 대학언론의 위기는 오지 않았다’고. 


우리가 기자로 존재하는 한, 대학 언론의 위기는 없다. 후배 기자들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학생 기자로서 힘든 순간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취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예상치 못한 압력에 주저앉고 싶은 순간의 연속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학보가 대학과 사회의 홍보지로 전락하게 둬선 안 된다. 


얼마 전 서강타임즈 1대 편집국장 선배를 만나 뵐 기회가 있었다.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나던 그 시절의 봄에도, 학교의 작은 역사 하나에도 학보사는 늘 함께하며 그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확실히 ‘학보의 봄’이었다고, 회고하셨다. 그날 저녁 한 줄의 문자를 받았다. 

‘서강학보에 다시 봄이 찾아오길 바래요.’ 


펜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는 만큼, 우리의 펜촉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있어야 한다. 대학언론이 소통의 아고라가 될 수 있길, 그렇게 다시 한번 찬란한 ‘지성의 봄’을 우리가 함께 맞이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나윤 기자 sugar0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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