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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학보 활동을 하며 적잖이 많은 기사를 써왔다. 가끔 내가 쓴 기사들을 찬찬히 읽어볼 때면, 기사를 위해 거쳤던 취재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사를 위해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 수많은 ‘사람들’이다. 


750호 ‘자살 예방 기획’을 위해 평소 관심 있던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에 르포 취재를 문의했다. 취재가 성사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취재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선생님께서는 본래 취재를 거절하려고 하셨다. 그런데 여러 차례 기획 의도를 설명하며 취재를 요청하는 나를 두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니까 해주자’고 마음을 바꾸셨다고.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과거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 후 발행된 기사에 교육시설 내 청소년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계속 취재 문의를 드린 게 죄송했고, 그럼에도 열심히 사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해주신 게 참 감사했다. 사실 ‘감사하다’고 표현하기도 부족한 감정을 느꼈다. 선생님께서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베풀어주신 친절과 호의가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엔 이유도 모른 채 울컥하는 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기사를 위해 수많은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아왔다. 바쁜 업무 속에도 취재에 응해주시고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시는 대학 내 교직원분들과 학생회 일원분들. 무턱대고 찾아온 기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학교 주변 상권 상인분들. 심지어는 행사에 참여하신 수많은 학우분들과, 지나가는 행인 분들까지. 어떤 대가도 없이, 서툴고 미숙한 학생기자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까지 무사히 기사를 써올 수 있었다. 참 감사하다. 지난 2년 매일매일이 나에게 과분한 순간들이었다. 


기자는 매일 같이 사람에게 의지하고, 빚을 진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쓸 수 있는 기사는 없다. 그래서 기자는 늘 겸손해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고, 감사해할 줄 알아야 한다. 취재원분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친절과 호의에 보답할 줄 아는 기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도 내가 만났던 취재원분들처럼,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한수민 기자 tnals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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