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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은 다사다난했다.


사춘기 청소년들을 좁은 면적에 꽉꽉 밀어 넣고 3년을 가둬 놓았으니 그렇지 않길 기대하는 쪽이 좀 더 이상할 것이다. 성장기에 으레 겪을 법한 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고뇌와 울분, 누구나 엇비슷한 형태로 갖고 있을 갈등과 상처. 그리고 그게 삶의 전부처럼 느껴지던 때.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그러하듯, 그 시절에는 수능을 치르고 졸업만 하면 다시 모교 같은 건 돌아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지긋지긋한 기억으로만 남은 곳은 그리워할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동창들과 모이면 우리는 매번 언제나 그 3년의 이야기를 한다. 그때 참 재미있었다는 말과 즐거웠던 기억이 화제로 오르내리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모교를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운다. 힘겹던 기억까지 농담거리로 승화돼 최종적으로는 애정과 즐거움만이 남는다.


서강학보에서의 지난 2년을 마무리하며 곱씹어 본다. 주고받곤 하는 '매 호가 전쟁 같고, 2년을 버텨낸 동료 기자들은 전우와도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는 말은 비유나 과장과 같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제 와서 되짚어 보건대 학생기자로 일하며 지금껏 가장 많이 시달린 감정은 불안이었다. 맡은 지면에 대한 책임감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내가 이 조직에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불안,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을 붙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 무슨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 그리고 동료나 선후배들을 향한 약간의 미안함. 그러나 부딪혀 오는 매 호의 전쟁을 간신히 넘겨 내고, 조판이 끝난 주의 토요일이 되어 숨을 고르고 있자면 언제나 2주 전보다 훨씬 성장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떠올리는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한 역경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흔한 격언을. 


시간이 지나면 고난은 다시 추억할 만한 즐거움으로 승화될 수 있을 테고, 나에게는 조금 더 성장한 스스로가 남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매 2주마다 꾸준히 겪어온 경험과도 같이. 따라서 나는 지금까지 겪어온 힘든 기억도, 몇 년 후 이 시절을 회고하는 우리를 상상해 보고 나면 기껍다. 그러므로 아마 서강학보는 애정과 약간의 지긋지긋함(그마저도 어쩐지 즐거운 듯한 어조로 회고하게 되는), 그리고 괴로움의 기억과 동시에 지극한 즐거움으로 남을 것이다. 


나의 모교가 그러했듯이.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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