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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의 마지막을 기자수첩으로 마무리하는 감회가 무척이나 각별하다. 그동안 한 자씩 끙끙대며 써내려갔던 기사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매 호가 도전이고 한계였다.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했던 건, 기자 생활 중 경험했던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연속된 취재 거절에 삐죽해져 있던 때였다. 상처받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라면 가게에 무작정 취재를 요청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사장님은 나를 이쁘다고 하셨다. ‘기자님’이라고 불러주시면서. 사장님은 내게서 당신의 자녀를 보셨다. 그리고 나는 그 애정을 사장님의 눈에서 봤다. 


그 사랑이 온전히 내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인류가 갈망하는 근원적인 축복의 파편, 수세기 동안 수많은 인간이 존속할 수 있게 했던 거대한 힘의 일부를 나는 느꼈다. 사랑은 혐오를 이긴다. 사랑은 불신을 이긴다. 사랑은 피로와 회의감을 이긴다. 


그날 울음을 꾹 참다가 집에 들어가서야 오열하며 깨달은 게 있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의 사랑으로 살아가는구나. 기자는 사람 때문에 고되고 사람 덕분에 의미를 찾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자가 되겠다고, 내 기사는 미움이 아닌 사랑을 위해 쓰겠다는 그 다짐 하나로 지금껏 기자 일을 했다.


9월에 참가한 자살 예방 밤길 걷기에서도 취재원들의 사랑을 봤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타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 희망을 담담하게 말하는 그들의 얼굴은 노을 지는 하늘보다 더 아름다웠다. 역시 우리는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 살아간다.


이 글을 남기는 지금, 마음이 울컥 차오른다. 감당 못할 감정이 넘치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글자에 담아 이렇게 전한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과분히도 응원해 준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동안 도움 주신 취재원과 기사를 읽어주시는 독자들도 항상 행복하시기를. 또 가장 고생한 우리 학보 사람들, 참 따뜻한 65기 선배님들과 자랑스러운 66기 동기님들, 그리고 존경하는 국장님께도. 고맙습니다.


추신, 펜펜사 안 모이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부지희 기자 orcabo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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