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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에 대한 로망은 2017년 방영된 드라마 <청춘시대 2>의 등장인물 ‘송지원(박은빈)’으로부터 시작됐다. 똑똑하고 당차고 정의로운 청년 인재.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감수성까지 갖춘 그의 모습을 보면서 대학생 기자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갈 무렵, 잠시 그 꿈을 잊어버렸던 것도 같다. ‘<서강학보>에서 수습기자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으나 필기시험에 면접까지 치러야 한다는 부담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1학년의 끝자락, <서강학보>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명함 한 장을 건네받았다. ‘000 서강학보 사회부 기자’, 친구의 이름 뒤에 적힌 ‘기자’라는 말이 울렸다. 그때 왜 도전하지 못했을까, 어떤 경험이든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고민보다 GO! 했어야 했다. 이제 지저분한 걱정에 붙들려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서강학보>에 지원했다. 어느덧 6개월 차 학보사 기자가 됐다. 생각해보면 그간 프로답지 못했던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서툴고 엉망진창인데 열정 하나로 밀고 나갔던 기사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첫 단독 기사를 맡았을 때 이태원 참사를 취재하며 겪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바로 이태원 사고 지점인 해밀톤호텔 인근 상권 종사자들을 취재했던 일이다. 처음으로 현장 취재를 가게 된 터라 이태원 참사의 속살과 그 말 못 할 고통,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러나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포스트잇과 국화꽃들이 수북하게 쌓인 추모 공간을 방문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딸 많이 아팠지, 엄마가 많이 사랑해”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를 하나씩 살펴보다가 금세 슬퍼졌고, 슬픈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나의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어찌 됐건 인터뷰는 해야만 했다. 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위치한 잡화점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상인을 만났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정성스러운 답변에 성공적인 인터뷰를 해냈다고 생각한 때였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자꾸만 그날 있었던 사고를 회상하니 트라우마가 점점 커지고 상처가 아물 여유도 없더라고요.” 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성큼 다가가 이런저런 질문을 해댔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날의 기사를 기점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좋은 기사 너머에 좋은 기자가 되기란 어떤 일인지, ‘사람이 먼저’라는 상투적인 표현도 내 안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신지우 기자 jiwoo8155@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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