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3학년이라는 조금 늦은 시기에 학보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어진 시간 내에 글만 잘 완성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템 기획, 취재원 연결, 취재, 기사 작성, 마감까지 허투루 지나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쓴 글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기사로서 가치가 정말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동안 나의 글쓰기는 스스로 쓴 다음 완성물을 보고는 만족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학보사에선 조판 전까지 기사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 글에 담긴 글자 하나하나의 무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문제 2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적극성, 다른 하나는 논리성이었다.

 

학보사 사회부 부탑 취재를 위해 모 대학교 성 중립 화장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취재하러 간 것이니 적극적으로 준비해 간 질문에 맞춰 학내 구성원들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답변을 해주기 곤란하다며 모 부서에 가서 물어보라는 말, 당황스럽다는 듯이 싫다고 언급하는 말 등 잇단 취재 거절이 있었다. 나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당혹감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는 도망치듯 금방 현장에서 나왔다. 문제는 취재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보니 기사 작성에서도 생생함을 담아낼 수 없었다. 누구나 봤을 때 뻔한 기사를 썼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현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인터뷰를 요청했다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소 무거운 사안을 다루는 기사일수록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취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하나는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원래는 머릿속으로 딱 그림이 완성되면 간단한 자료 조사 후 후루룩 글을 쓰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기사 쓰기에선 글자 하나하나 무게를 최대한 살려야 했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생생하게 글을 써야 했다. 초반에는 내가 쓴 글을 두고 몇 차례나 고민하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 어렵다고도 느꼈다. 그러나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한 후 다시 쓰는 과정으로 내 글의 무게감을 살릴 수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깨치고 논리적인 기사 쓰기를 고민하는 자세를 이번 학보사 활동에서 배울 수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 울림이 느껴지는 기사를 쓰겠다는 바람이 실현되길.

 

이가람 기자 fksp1108@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