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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릴 줄 알던 내가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다닌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나는 어린 시절,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회의 그림자를 밝히는 사람이 되고자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한 첫걸음으로 서강학보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서강학보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 어깨가 으쓱거렸다. 열정 넘치는 선배, 동료들과 20대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모두들 시작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나의 시작은 이상하리만치 순조로웠다. 학기 초에 맡았던 기사들은 취재 과정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학생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취재원이 친절하게 답했고, 인터뷰를 부탁하는 입장인 나에게 간식을 주며 응원해 주기도 했다.


고비는 중간고사가 끝난 745호에 찾아왔다. 마감 기한도 촉박했고, 연휴 때문에 취재를 이틀 안에 다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취재 요청 전화에 무응답으로 반응하다 마감 직전 거절하는 취재원도 있었고, 퉁명스럽게 귀찮게 하지 말라는 취재원도 있었다. 제안서를 탄탄하게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 내용을 모아 글을 쓰는 일도 고난이었다.


꾸역꾸역 마감하고 평가 회의를 거치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사회의 그림자를 밝힐 수 있는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취재’라는 목적 하나만으로 취재원을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내가 학보사 활동을 2년 동안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강학보부터 전공까지, 마치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았다.


그때 이덕환 교수님과 진행한 인터뷰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이것저것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자기의 역량을 실제로 확인해 보는 과정에서 방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래, 뭐든 해봐야 아는 법이다! 고작 학생 기자로서 활동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지금, 내가 어떤 기자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기자일 뿐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한 구절이다.


후배 기자들이 생길 21살의 나, 학보사를 떠날 준비를 할 22살의 나는 알을 깨고 나와 사회에 0.00001%라도 선한 영향을 불러오는 사람이길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송민지 기자 luna4774@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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