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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인 ‘임계장’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 일을 한 63세 조정진 저자가 쓴 도서 『임계장 이야기』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책에서 저자는 일명 ‘임계장’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인들이 겪는 부조리한 갑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원들은 혹독한 추위와 더위 속에서 일한다. 간이침대 하나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란 어렵다. 업무에 명시되지 않은 온갖 잡다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자치회장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한다. 


임시 계약직인 이 일자리들은 대개 2, 3개월 단위의 초단기 일자리로, 근로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정 상태에 놓인다. 이러한 초단기 계약은 입주민과 고용주가 이들을 언제든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임계장은 ‘고.다.자’로 불린다. 이는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라고 해서 생긴 용어다. 언제든 다른 인력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은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항의하지도, 자신들의 권리도 내세우기 힘들다.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는 실질적인 사용자와의 계약 갱신을 위해 이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일방적으로 ‘참으라’라고 말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진 저자는 “나이 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본보가 취재한 경비원 역시 “노인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이곳뿐”이라며 “경비원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체 규모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으나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6만 6,000명 가량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역대 최대였다. 노후 대비를 해야 하는 고령층이 꾸준히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처우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작아진다. 고용노동부는 근로 감독과 수사를 철저히 실시해 이들의 노동 권익을 보호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회원국 중 1위인 수치다.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9년 기준 43.2%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40%를 넘겼다.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 오늘도 밤낮없이 업무에 임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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