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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성민랩' 에디터 조 성 민


고된 하루를 살아가느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뒷전이 된 청년들. 그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나누며 매력적인 삶을 함께 살고자 하는 청년이 있다. 온라인 매거진 ‘아임성민랩’의 조성민 에디터를 만나 취향을 가꿔 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 양윤서 기자 yunseo7196@sogang.ac.kr

 사진 제공 | 조성민


취향의 기록, 나눔의 가치


 조성민 에디터는 어렴풋한 학창 시절 기억과 달리 아버지와 보낸 특별한 추억만은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셨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보니, 항상 취향만은 뚜렷하셨던 분 같아요.”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옛날 재즈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고전 영화를 함께 시청하곤 했다. 유행에 이끌리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아버지의 모습이 독특하다 느꼈지만,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찾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가 자신의 취향을 발굴하는 것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타인에게 취향을 제안하게 된 계기는 군에 입대한 후였다. “군대에 있을 때 선·후임들이 저에게 입을 만한 패션 브랜드, 분위기 좋은 맛집 등을 자주 물어봤어요. 저는 괜찮았던 곳들을 다 기록해 놓거든요.” 그는 자신의 추천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를 전해 들으며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에 자연스럽게 타인과 본인을 위해 가치 있는 것을 공유하며 뜻깊은 추억을 제공하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조 에디터는 ‘아임성민랩’ 운영 초창기에 가장 관심 있는 패션을 주제로 게시글을 작성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 정체성을 잃기 십상이니까, 접근성이 낮은 패션을 주제로 쓴 거죠.” 일이 익숙해질 무렵 그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감명 깊게 본 영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파헤치고, 개성을 드러낼 패션 아이템을 알려주고, 철학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화제성보단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요.” 그는 ‘아임성민랩’을 본인의 취향과 만족, 그리고 본인이 느낀 낭만을 소개하는 매거진이라 소개했다.


취향의 객체에서 취향의 주체로


 조 에디터는 스스로를 ‘개인의 취향을 제안하는데 중독된 사람’이라 말한다. 사람들이 그가 만든 콘텐츠를 접하며 알지 못했던 취향들을 하나둘 찾아가는 모습이 재밌다고. “단지 무언가를 제안하기만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그 대상에 스스로 더 파고들 수 있게끔 매료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취향을 수용하는 객체가 아닌 취향을 모색하는 주체가 되게끔 하는 것. 그것이 ‘아임성민랩’의 존재 이유이자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자신의 취향을 ‘클래식하다’고 설명한다. 그 배경에는 그가 가진 옛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심이 묻어난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정보 없이, 오직 감각만으로 작업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그들의 의도가 잔기술에 가려지지 않고 선명히 엿보이는 시대를 함께 향유하고 싶어요.”


 한편 그가 콘텐츠를 제작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재미’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보다 솔직하고 가벼운,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심오하고 전문적이진 않아도,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거나 재밌었던 요소들을 전부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제 본 영화부터 싸구려 간식거리 등 일상에서의 모든 순간은 그에게 곧 영감이 된다. 그는 “독자들에게 매번 또 다른 재미가 기대되는 해학적 매력을 지닌 매거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요.”라며 ‘아임성민랩’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미래의 물음표는 현재의 가능성이 되어


 조 에디터는 ‘아임성민랩’의 운영이 본인의 자아를 확고히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만 했던 것들에 깊이 파고들며 제 취향을 뚜렷하게 찾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조 에디터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지금처럼 꾸준히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스스로의 잠재력을 지켜보고 싶다고 밝혔다. “제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물음표’의 상태로 있을 예정이에요.” 이어 현재의 경험들이 미래의 양분이 될 것이기에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세월이 흐르고서도 타인의 기억에 오래 남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남들에게 잊히는 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임성민랩’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최대한 많이 기록하려고 해요.” 또 차후 기회가 된다면 커뮤니티를 만들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고 싶다고. “나중에 제 독자분과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요. 저와 취향이 비슷하거나, 혹은 제 취향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는 앞으로도 사람들을 한눈에 매료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겠다며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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