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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전인교육원 초빙교수 남 궁 훈

넷마블 대표·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카카오 대표이사를 역임한 남궁훈(경영 91) 동문이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초빙교수로 모교에 귀환했다. 후배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이 있어 본교의 초대에 응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사진제공 남궁훈

 



| CEO의 꿈을 꾸고, 게임을 만들기까지


그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인 미국령 사모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CEO가 돼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고등학생 시절 그곳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한 번은 어떤 사모아 꼬마 애가 지나가다가 저를 보고 ‘재패니즈’라고 하는 거예요. 같이 있던 엄마가 꼬마 손을 탁 치면서 ‘노, 꼬레아’라고 하는데 어조가 좀 별로더라고요.” 88 올림픽 직전 무렵의 일이었다. 한국에 살 때는 몰랐지만, 해외에 나가 보니 국제적으로 존중받는 경제 대국인 일본과 반대로 한국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그때부터 CEO가 돼 우리나라를 경제 대국으로 만들고, 국민들이 해외에서 무시당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래서 경영학과에 들어갔죠. 경영학과에 들어가면 돈을 버는 법을 가르쳐주는 줄 알았어요.” 졸업 이후에는 남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다. “회사에서 당시에 잘나가는 사람들이 다 그만두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왠지 그만둬야 할 것 같더라고요.” 막연하게 퇴사를 했다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만났다. “그렇게 만들게 된 게 ‘한게임’이에요.” 당시는 PC통신이 끝나고 인터넷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별로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재미있는 인터넷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한 그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인터넷에 도입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 한게임의 캐치프레이즈 ‘이제 인터넷이 재미있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성장한 한게임이 합병하고, 게임 회사 대표로 일해오며 커리어를 쌓았다. 



| 스스로 깊게 사고하며 살아온 삶



지금의 자신을 완성하기까지 영향을 크게 미친 사건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에게, 남궁훈 교수는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시험을 앞둔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던 방식대로 교과서 내용을 전부 외우다시피 한 후 시험장에 갔다. “시험 문제 중에 ‘이것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그는 외워간 교과서 내용을 전부 쓰고 나왔다. 그러나 받아 든 성적표는 C-였다. 선생님께 “왜 이런 점수가 나왔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분명히 시험 문제로는 ‘What do you think?’라고 묻지 않았느냐,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쓰라고 한 적이 있느냐.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남궁 교수에게 그 대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나는 내 생각을 궁금해하는구나,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생각을 해도 되는구나. 그런 것들에 놀랐죠.” 그동안 받아왔던 한국식 교육과는 결이 사뭇 달랐다. 이는 그의 사고방식을 바꾼 중대한 계기가 됐다. 단순히 외우는 것을 넘어 주도적으로 사고하는 버릇은 현재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그는 그렇게 회상했다. 남궁 교수가 본교 ‘사회인 준비 특강’ 수업에서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도 결국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질문을 받을 때 무작정 답부터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주어진 대로 얄팍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정의하는 것, 요구하는 바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들



‘사회인 준비 특강’을 통해서 그가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르침은 무엇일까. “저의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선배들이 미리 알려줬으면 사회 초년생 시절을 좀 더 쉽게 보냈을 텐데’ 싶었던 것들을 수업에 담았어요.” 남궁 교수가 삼성에 입사했을 시절까지만 해도, 한 달이나 되는 OT 교육을 통해 각종 비즈니스 매너를 배웠다. 그러나 요즘은 신입 교육 기간이 비교적 짧아졌고,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런 종류의 교육을 받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을 보면 저도 많이 당혹스럽곤 해요. 사실 배운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거죠. 하지만 기업에서는 이런 것들을 완전히 숙지한 신입을 원하거든요.” 그러나 대학에서는 사회생활 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명함 교환하는 법, 회의실 잡는 법, 식사 예약하는 법…. 사소하지만 어려움을 많이 겪는 부분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자 했어요.”


그는 후배들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사회인 선배로서 ‘각종 팁’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돌이켰다. “그렇게만 된다면 서강대학교 후배들이 이런 사소한 것들로 차별화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남궁 교수가 들려주는 수업의 분위기는 사뭇 자유로워 보였다. 단톡방과 익명방, SNS 등을 이용한 꾸준한 소통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적극적인 피드백까지. “저는 딱히 못 느꼈는데, 특강 수업하러 오신 분들이나 수강생들이 분위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올해 가을학기에도 계속 강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에게서 서강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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