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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교목처 신부 이 헌 준


본교 교목처에서 수업, 동아리 및 비교과 프로그램 지도를 담당하는 이헌준 신부를 만나 그가 신부가 되기까지, 그리고 교목처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 정가영 기자 shiny22016@naver.com

사진 제공 | 이헌준




|마음속 갈망을 쫓아가는 여정


이 신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돈을 많이 벌어서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굉장히 세속적이죠.(웃음)” 이 신부는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막상 진학하고 보니 경영학과 공부는 이론적이기만 하고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학과 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낀 그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녔던 성당에서의 생활이 저에겐 가장 즐거웠고 보람됐던 시간이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제가 가장 즐거워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다시 입학한 가톨릭 신학교도 그의 갈망을 완전히 채워 주지는 못했다. “가톨릭 신학교의 정형화된 교육 시스템이 너무 답답했어요.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었죠.” 그렇게 이 신부는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목마름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이후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성찰해 보게 됐다. “이전까지 제 인생은 나의 행복과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내가 중심이었죠. 그런데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산다면 죽는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 신부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예수회에 입회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걸어가고 있다.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갈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진로 고민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이 신부는 “남들이 쫓는 길을 내가 갈망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계속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며 “나는 어떤 삶을 꿈꾸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삶


이 신부는 2009년에 이르러 본교 교목처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신부가 되기 전, 2년의 실습기 동안 그는 본교 동아리를 지도하며 청년 사도직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청년 사도직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못자리예요. 젊은이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어요.”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2022년, 그는 본교 교목처에 본격적으로 몸담게 됐다.


본교 교목처에서 그는 ‘그리스도교 윤리’ 수업과 동아리 지도, 비교과 프로그램 기획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교목처의 일을 하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그는 “학생들이 행복해할 때”라 답했다. “대학을 떠나 사회로 간 학생이 신부님이 해줬던 말을 계속 마음에 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연락을 해올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러나 예수회 신부로서의 삶이 항상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현재까지 예수회 신부의 길을 걸어오며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예수회에 몸담은 지 벌써 15년 정도가 됐어요. 그 시간 동안 나 자신이 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낯선 타지에 스며들어 새로운 꿈을 꾸다


이 신부는 교목처의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Immersion 프로그램’을 주로 기획하고 학생들과 동행한다. ‘Immersion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현지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어울리는 활동이다. 그는 해당 활동을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봉사라는 말 속에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라는 위계질서가 있는 것 같아요. 대신 ‘Immersion’은 ‘스며들다’, ‘번지다’라는 뜻이에요. 나라는 존재가 현지에 푹 빠져서 스며들고 번짐을 당하는 거죠. 우리는 경험하고 체험하러 가는 거예요. 몸으로 부딪치고 그 경험에 스며드는 거죠.”


“학생들이 이 체험을 통해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이 신부는 “틀에 갇힌 일상에서 벗어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일상에서도 그 꿈을 살아보려고 시도했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실제로 캄보디아로 체험을 다녀온 학생 중에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찾아 이전에 세웠던 삶의 계획을 모두 뒤바꾼 학생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다시 캄보디아에 가서 살더라고요.”


이 신부는 학생들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다양한 나라로 체험을 떠났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현지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와요.” 그는 현지에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뿜어져 나올 때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현지에 서서히 빠져들며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 엄청난 힘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보여요. 그때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느껴요.” 인터뷰 내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는 애정과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이 듬뿍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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