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인권 활동가 김 지 학


"차별과 혐오의 시대가 끝나고 평등과 다양성의 시대가오길 바라요." 모든 사람이 연대하는 사회라는 마음 속 울림을 따라 한국다양성연구소를 설립해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학 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이가람 기자 fksp1108@sogang.ac.kr

사진 제공│김지학

 



유학에서 느낀 차별과 혐오문제

어린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없었어요.” 김 소장은 부모님께서 그가 의사나 교수가 되길 원해 공부하라는 부담감을 심어줬다고 고백했다. 방황하던 자신을 보듬어 주던 어른이 없었던 학창 시절을 지내며 그는 훗날 청소년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상담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그는 심리학을 공부해 상담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미국에서 수강한 학부 수업인 편견의 심리학은 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 멕시코에서 온 여성 교수님으로부터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서 배웠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색인종과 여성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편견, 차별, 폭력을 서로 이야기 나누게 했다. 함께 수업을 들은 흑인 학우들 역시 어렸을 때 경찰 조심하라”, “시키는 대로 손바닥을 보이라면 보여라라는 말을 부모님께 자주 들었다며 아픔을 털어놨다. 한국 사회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인종차별의 현실을 깨달은 김 소장은 있는 그대로자신의 모습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현실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그에게 가했던 억압이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석사 과정 중에 미국의 대표적인 다양성훈련 기관인 NCCJSTL(National Conference for Community and Justice of St. Louis)에서 일하며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권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파악하게 하는 관점인 다양성(Diversity)’과 모두가 평등하게 포함(Inclusion)’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다양성훈련의 실천이 김 소장의 눈을 뜨게 했다.

 

정체성 체험으로 깨닫는 다양성'의 진의

모든 억압이 연결되어 있고 모두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다양성 훈련이에요.” 김 소장은 자발적으로 훈련을 신청해서 참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직장 내 의무 교육으로 교육 의뢰를 받아 다양성 훈련을 진행한 적이 많았다. 자발적인 의사 없이 의무 교육에 따라 교육을 수강한 사람들은 대개 인권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강의를 들었다. 김 소장은 모두가 인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끔 하려면 직접 활동하고 참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그는 체험형, 경험형, 대화형으로 진행되는 다양성 훈련을 고안했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유도하는 교육 방식이다. 그가 설립한 한국다양성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다양성 훈련은 인종, 민족, 성별, 성 정체성, 출신 지역, 경제력, 외모, 나이, 장애 등 14가지 정체성을 다루며, 참가자들은 차별하는 집단, 역으로 차별 받는 집단 등 모든 관점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 강사들은 일종의 대화 진행자(facilitator)로서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짝꿍 대화, 정체성 별 대화, 그룹 대화를 진행한다. 그는 다양성 훈련은 참가자들이 주류 집단과 비주류 집단의 관점을 교차해생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성 존중을 향한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꿔준다라며 웃음 지었다. 다양성 훈련을 통해 참가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정체성에 이입해 여러 사람과 대화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느꼈다.

 

다양성 존중의 가치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다양성 존중이라는 신념과 열정을 잃지 않고 연구소를 운영해가고 싶어요.” 그는 어린이,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다양성 훈련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과 시민사회 교육을 통해서 다양성 훈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론 경제적 어려움, 인권 운동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인해 연구소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는 연구소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연결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소수자 인권 신장에 힘쓰고 싶다 말했다.

김 소장은 다양성과 포함의 개념, 가치, 사례 등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도 전했다. 왜 사람들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와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드는 제도가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거죠. 평등하고 안전하게 공존해가는 세상이 오길 바라요.”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며 모두가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는 그의 끝마디가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