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환경 인플루언서 홍 다 경


자신을 ‘지구 경영자’라고 소개하는 청년이 있다. 청년 환경단체 ‘지지배(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의 대표이자 환경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홍다경 씨. 환경 보호를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홍 활동가를 만나 그의 지구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

글│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사진 제공│홍다경

 


│충격적인 목격, 길고 긴 여정의 시작


홍다경 활동가는 학창 시절의 자신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는 소심하고 어중간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디자인학과 진학을 준비했지만 미술 실력도 중간, 성적도 중간이었던 그는 어느 순간 스스로에 대한 갑갑함을 느꼈다. “평생을 이렇게 중간으로만 살아가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사실은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생각 없이 흘러가는 날들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던 그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안학교에 입학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홍 활동가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살 때 뉴질랜드로 봉사활동을 떠난 후부터였다. 더 넓은 세상이 궁금했던 그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뉴질랜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뉴질랜드 음식점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그는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고 한꺼번에 버려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200인분가량의 음식물이 일반 쓰레기랑 합쳐져 있는 광경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놀라서 이것들이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주방장한테 물어보니까 바다에 버리거나 매립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혹스러웠죠.” 쓰레기 문제의 실태를 두 눈으로 목격한 이상 그는 아무것도 몰랐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내가 봐 버렸는데 모르는 척, 못 본 척 눈 감고 살 순 없잖아요.” 뉴질랜드에서의 짧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앞으로의 긴 여정의 시작이 될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그길로 환경 운동에 뛰어들었다.


│내가 이곳 지구에 살아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온 홍 활동가는 청년 환경단체 ‘지지배’를 결성해 본격적인 환경 운동을 시작했다. 청년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그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에서 환경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에 나섰다. 그렇게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환경 관련 숏폼 영상, 브이로그, 댄스 챌린지 영상 등을 업로드하는 환경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는 환경 콘텐츠는 반드시 재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자의 삶이 힘들기 때문에 환경 콘텐츠까지 무거워지면 안 돼요. 일단 재미가 있어야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내더라고요.”


그는 쓰레기산 문제를 알리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쓰레기산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직설적인 설명 영상 대신 쓰레기산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일부러 환경 콘텐츠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했어요.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면 벌써 지치거든요. 음악을 감상하며 영상을 보다가 ‘어? 저게 뭐지?’하며 자연스럽게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1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나온 뮤직비디오는 다소 실망스러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회수가 100만은 나올 줄 알았어요.” 홍 활동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노력해도 보이는 변화가 크지 않은 현실과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에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제가 자연에서, 지구에서 살아 있기 때문이에요. 자연은 참 공평하고 거짓말을 안 해요.” 자연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는 지쳐도 포기할 수 없다.


│모두가 ‘지구 경영자’가 되는 그날까지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어린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가 치열한 환경 운동가가 되기까지 되새긴 문장이다. 그는 ‘내가 선택했으니까 이뤄질 거야’라는 믿음으로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6년간 환경 운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선택은 했고, 이뤄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오래 걸렸고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하나하나 이뤄나간 놀라운 시간들이었다”고 지난 6년을 돌이켰다.


홍 활동가는 최근까지 환경 비영리단체에서 청년팀장으로 일하다 회사의 재정난으로 불가피하게 퇴사를 했다. 물가 상승으로 기부금이 줄어 발생한 재정난이었다.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는 이상 환경 운동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언제까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 사실은 모르겠어요.” 아직 20대인 그에겐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그는 망가진 지구가 더 두렵다고. “지금도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이 심각한데 앞으로 제가 온전히 살아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 나갈 거예요.” 그가 선택했고, 꿈꿔왔고, 결국엔 이뤄지리라 믿는 미래는 우리 모두가 ‘지구 경영자’가 되는 날이다. “제 콘텐츠를 본 한 명이라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관심이 다른 사람들을 모아 모두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연대할 때까지 이 활동을 계속하는 게 제 목표예요.”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라고 외친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