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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ang.yearbook> 사진 작가 웨리


사람들은 사진 한 장에도 온전히 자신을 담아내길 원한다. 김진(사회 17) 학우는 가장 나다워지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포착하고, 세상에 없던 단 하나의 사진으로 화답한다. 서강인들의 젊은 날을 기록하는 사진 작가 ‘웨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 신지우 기자 jiwoo8155@sogang.ac.kr 사진 제공 | 김진 







│열여섯,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들기까지


그의 사진을 향한 애정은 열여섯의 사춘기를 거치며 싹텄다. 앳된 여중생 ‘김진’의 한 손엔 늘 카메라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사진 찍고 다니는 애’로 불렸다. 교내 사진 동아리를 만들고, 학교 홍보를 위한 촬영도 도맡아 진행했다. 별다른 욕심 없이 그저 사진이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사진을 사랑했던 그에게도 공백기가 찾아왔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5~6년 정도 사진을 안 찍은 것 같아요.” 처음 자유를 만끽하는 새내기 대학생에게는 사진 말고도 눈 돌릴 흥밋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올해 2월, 카메라를 다시 잡았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졸업 시즌이 다가온 때였다. “우리가 함께한 이 캠퍼스에서 제 시선이 담긴 그 사람의 모습을 찍어주고 싶었어요. 특별한 졸업 선물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는 이 작업을 계기로 그동안 사그라들었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진을 찍는 게 전보다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겠다’ 싶어서 다시 카메라를 찾고 사진 활동을 재개했죠.” 사람들에게 사진작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그는 사진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서, ‘West River University(서강대학교)’의 앞 음절을 딴 ‘웨리’라는 이름을 달고 사진 작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흘러가는 시간 속 현재를 담아내다


“캠퍼스 스냅사진 모델 구합니다.” 첫 시작은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사진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지만 사진 작가로서 내밀 명함조차 없었다.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무작정 각종 학교 커뮤니티에서 모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때론 주변 친구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모든 촬영은 당연히 무페이로 진행됐다. 정식으로 첫 사진 작업 의뢰를 받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기회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서강과 서강인들을 위한 사진집,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최근우(사회 10) 작가와 닿은 인연이었다. “우연히 그분의 강연회에 가서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트게 됐어요.” 그는 최 작가로부터 촬영 업계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분이 제 열정을 좋게 봐주셨고, 공동 작업 혹은 일을 의뢰받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어요.” 


사진 작업을 시작하고 생긴 변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후회와 걱정으로 흘려보낸 안타까운 순간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현재에 충실하자고 다짐했어요.” 이렇게 생긴 그의 인생관은 사진을 찍을 때도 녹아들었다. “현재에 집중해야 어떤 걸 포착할지 볼 수 있어요. 요즘은 누구든지 카메라가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사진 작가의 특별함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찍을 수 있는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낸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현실, 무수한 피사체 사이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그래서 일단 현재에 주의를 기울여요.” 그는 흘러가고 사라지는 시간을 한 프레임에 붙잡는다. 그 순간 느낀 강렬한 인상과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서.


│사진보다 사람에 초점을 두다


 “모델 분들이 제가 찍어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 놓을 때 가장 뿌듯해요.” 그는 사람들이 더 이상 단순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표현하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사람마다 가진 분위기가 달라서, 그 고유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요. ‘사진’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려면 항상 준비를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촬영 2주 전이 다가오면 그는 어떤 사진을 찍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 사람에겐 어떤 포즈, 구도가 자연스럽게 어울릴지 세밀하게 살핀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하면 안돼요.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는 그 인물과의 소통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그가 주로 촬영하는 대상은 카메라가 낯선 일반인 고객들이다. “긴장한 채로 카메라 앞에 서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담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이런 경우엔 카메라가 없을 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기도 해요. 그럴 때 ‘어? 방금 그 자세 좋아요!’하고 제안해요.”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인생 속 한 장면을 기록한 ‘인생샷’이 탄생한다.


 “지금까지 학우 40 분의 청춘을 제 카메라에 담았는데, 남은 한 학기 동안 학우 100 분의 청춘을 기록하고 졸업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도 기록하면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도 나와 나의 피사체들이 만들어가는 이 세상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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