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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융합세계가 우리의 일상과 서서히 결합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라고도 불리는 가상융합세계는 현실세계처럼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지난 2021년 본교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이용해 가을 축제 ‘게더서강: Together to gather’를 진행한 바 있다. 학우들은 게더타운 내 구현된 알바트로스 탑을 구경하거나 가상의 캐릭터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최근 가상융합세계를 교육, 의료, 여행, 광고 등 다른 산업과 결합하는 가상융합산업이 차세대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가상융합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 속,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가상융합산업 진흥을 위한 법을 제정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이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이름 그대로 가상융합산업을 더욱 진흥하고자 정부 지원과 안전한 가상융합서비스 환경 구축을 위한 규제 사항 등을 규정한 정책이다. 


해당 법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제 27조와 제 28조다. 제 27조는 사업체에 대한 가상융합산업 협회의 ‘자율규제’를 허용한다. 정부가 별도의 법을 규정할 필요 없이 협회가 행동강령 및 운영준칙을 만들어 사업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이다. 가상융합산업 관련 자율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가상융합산업은 신생 산업인 만큼 관련 법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고, 산업 특성상 빠르게 변하여 법을 섣불리 제정하기 어려웠다. 이번 법안을 통해 자율규제가 도입된다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규제 사항을 마련할 수 있어 법의 부재로 해결이 어려웠던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유사한 제 28조에서는 ‘임시기준’ 제도 내용을 담고 있다. 임시기준이란 가상융합산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법령이 마땅치 않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이 임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기준이다. 임시기준 제도가 시행된다면 ‘P2E(Play to Earn) 게임’ 범위에 대한 논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2E 게임이란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얻은 아이템을 현실에서 실제 금전적 보상으로 바꾸어 받는 게임을 일컫는다. 도박성을 띠어 국내에선 P2E 게임 운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 그 정의와 범주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규제 대상이 모호했다. 국내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는 게임 내 아이템 ‘무돌토큰’을 실제 현금으로 바꿔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P2E 게임으로 판단돼 운영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반면 ‘제페토’는 무한돌파 삼국지와 유사하게 게임 내 가상화폐 ‘젬’을 실제 현금으로 바꿔 받을 수 있지만, 게임이 아닌 ‘SNS·엔터테인먼트’로 분류돼 규제받지 않았다. 그러나 임시기준 제도가 시행된다면 P2E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가상 아이템을 현실의 금전적 보상과 맞바꾸는 기능이 있다면 임시기준을 세워 운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에는 가상융합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과기부 장관은 가상융합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다. 기본계획에는 가상융합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 방안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담긴다. 이에 더해 가상융합사업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 지역별 가상융합산업지원센터 사업 지원 방안 등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다수 마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시기준이 과기부에서 마련하는 만큼 과기부 장관에게 매우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돼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부 장관이 일시적이지만 국회의 역할을 대신해 준칙을 제정하고, 그렇게 제정된 준칙이 다른 현행법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에 따라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장관에게 부여된 권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8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으로 가상융합산업이 더욱 성장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될지, 혹은 범죄의 새로운 사각지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양윤서 기자 yunseo7196@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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