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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문화재 김금화 무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의 굿 장면.[출처 | 예고편 캡처.]



지난달 22일 개봉한 한국형 오컬트 영화 <파묘>가 개봉 일주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각본과 연출, 한국 무속에 대한 폭넓은 자료조사와 촘촘한 고증, 배우들의 연기 등 파묘의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무속 신앙’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테마를 사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인에게 무속 신앙은 익숙한 듯 낯설다. 무당은 공포영화나 괴담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서운 분위기의 존재인 동시에 우리 생활 속 곳곳에 풍수지리, 사주팔자, 신점 등으로 익숙하게 깃들어 있는 존재다. 그러나 무속, 더 정확히는 무교가 어떤 종교인지 깊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무교란 인간이 ‘무당’을 통해서 하늘과 교류하는 종교로, 이때의 교류 의식을 ‘굿’이라고 부른다. 무당은 신내림을 통해 신과 연결되어, 인간과 신을 잇는 징검다리가 된다. 한국의 무속 신앙은 구전을 통해,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져 온 전통문화인 만큼 수많은 갈래로 나뉜다. 그 종류가 몹시 풍부한 만큼 분류가 쉽지 않고 분류의 예외도 많지만, 대개 무속 신앙을 분류하는 가장 큰 틀이라고 하면 ‘어떻게 무당이 됐는지’다. 흔히 알려져 있는 ‘신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아서’ 무당 일을 하게 된 사람을 우리는 강신무라고 부른다. 반면 집안 대대로 해온 무당 일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세습무라고 불린다.


 또한 지역이나 성별에 따라 무당을 분류하기도 하는데, 한반도 북쪽 지방에서는 여성 무당을 ‘만신’이라고 부른다. 북쪽 지역의 굿판은 보통 그 모습이 화려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여성 무당을 ‘보살’, ‘보살님’이라고 호칭한다. 오색찬란한 옷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북부의 굿과 다르게 남해안의 무당은 새하얀 옷을 입고 북 소리에 맞춰서 경문*을 왼다. 


 무당이 행하는 굿 역시 그 종류가 몹시 다양하지만, 종교학적으로 크게 12가지로 분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분류에는 가정과 개인의 재수를 비는 제석굿,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는 진혼굿, 무당이 신내림을 받는 내림굿, 무당이 몸주신을 위해 주기적으로 하는 신굿,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는 병굿, 어촌 지방에서 바다의 풍요와 풍어를 비는 용궁굿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무교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습 타파 운동’으로 인해 크게 박해받았다. 당시 정부는 무교를 하나의 종교 갈래가 아닌 ‘미신’으로 취급하고 각종 행정조치 등을 통해 무교의 확장을 막았다. 신당을 파괴하고, 굿을 하면 행정 처분을 내린다던가 소음을 구실 삼아 경범죄 처벌을 내리고, 다시는 무당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결과 무교는 종교로서의 지위를 대부분 잃었으나, 전통 문화로서 그 보존 가치는 여전히 뛰어나다. 굿은 종류에 따라 국가 주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만신’이라고 불리는 큰 무당은 인간문화재 목록에 오르기도 한다. 굿은 서사와 음악, 춤과 무대의상, 소품을 갖춘 일종의 종합적 무대예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굿에 동반되는 사설이나 신화는 한국 서사문학의 중요한 한 틀을 이루며, 국악 역시 굿을 통해 많은 부분이 전승돼 왔다. 


 무당이나 굿이라고 하면 흔히 생각나는 괴담 속 무서운 이미지와 다르게, 무교의 굿은 사실 바로 신을 대접한 후 인간이 소원을 말하고 것을 말하고 ‘무언가 잘 되기를’, 또는 ‘한을 풀기를’ 기원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한국의 무교 신앙은 근본적으로 누군가를 달래고, 한을 풀어 잘 살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잡귀는 먹여서 한을 풀고, 화가 난 신령은 달래고,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억울한 것을 풀어주는 것’이 무교의 근본적인 정서라는 것이다. 1980년대 군부 독재 반대 및 이한열 열사 추모 시위 진혼굿에서 시위 중인 활동가들과 함께 무가를 부르고 살풀이춤을 춘 무당은 ‘살을 푸는 것은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이는 사회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무교의 노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 |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경문 : 고사를 지내거나 푸닥거리를 할 때 외우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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