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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이 깼다. 커튼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스르륵 자동으로 커튼이 닫힌다.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주문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배달 주문이 시작됐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기기를 제어하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같지만 머지않은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


지난달 29일 일론 머스크는 그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회사 ‘뉴럴링크’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해당 칩을 ‘텔레파시’라고 부른다. 신체의 움직임 없이 생각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파시’를 가능토록 한 것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다.


BCI는 뇌파를 측정해 해독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뇌에는 시냅스로 연결된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존재한다.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기 신호는 시냅스를 통해 하나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이러한 신경 세포들의 전기 활동에서 측정되는 파동 형태의 신호를 ‘뇌파’라고 한다. 이때 특정 동작을 실제로 수행하지 않고 시도하려는 상상만 해도 실제와 유사한 뇌파가 발생하는데, BCI는 이를 이용해 신체의 움직임 없이 상상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BCI의 뇌파 측정 방식은 두 가지이다. 칩을 뇌에 직접 이식해 신호를 측정하는 ‘침습식 뇌파 측정 방식(침습형)’과 두피에 센서를 부착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뇌전도 기반 방식(비침습형)’이다. 이 중 뉴럴링크의 ‘텔레파시’는 침습형에 해당한다. 침습형은 신호를 직접 읽을 수 있어 비침습형에 비해 정확도가 높지만 뇌를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안전성이 비교적 낮다. 뇌파를 측정한 후에는 이를 해독하는 단계를 거친다. 예를 들어 검지를 움직일 때 내는 신호, 오른쪽 팔을 올릴 때 내는 신호 등 각 뇌파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파악한 뇌파의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 기기로 보낸다. 그러면 상상만으로도 전자 장비를 작동할 수 있게 된다.



│BCI의 의학적 효과


BCI 개념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뇌신경과학, 전자공학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BCI 분야는 빠르게 발전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BCI의 의학적 효과가 입증돼 왔다. 2004년 미국에서는 사지마비 환자가 뇌에 전극을 이식받아 생각만으로 TV를 작동하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으며, 2007년엔 척수 손상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자를 쓸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의 뇌에 칩을 심어 척수에 자극을 줬더니 다시 걷는 데 성공한 놀라운 성과도 보고됐다. 뇌에 이식된 칩이 운동을 명령하는 신호를 포착하면 연결된 컴퓨터가 척수에 심은 전극에 운동 신호를 보내는 원리다. 그러나 이번에 뉴럴링크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은 기존의 침습형 BCI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기존에는 칩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전선을 이용해 유선 수신했으나, 이번에는 칩과 뇌 신호 송수신 장치가 일체화된 장치를 개발해 칩에서 바로 무선 송수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래의 BCI 기술은 신체 손상 환자뿐만 아니라 우울증, 치매 등 뇌신경 질환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에 이식된 칩이 다른 뉴런들과 신호를 주고받고 뇌파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다면 환자의 떨어진 뇌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뇌에 칩을 심었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럴링크에서 칩을 이식받은 원숭이들이 전신 마비, 발작, 뇌부종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또한 뇌 해킹이나 복제 등 범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BCI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뉴럴링크의 ‘텔레파시’를 시작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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