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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고용에 대한 정부 계획안을 발표했다. 해당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해 오세훈 서울특별시 시장이 제안한 이후로 시작됐다. 핵심은 값싼 노동력을 외국에서 수입해 육아난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양육의 부담을 덜어 저출생 해결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해당 제도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오히려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여러 우려 또한 뒤따른다. 


현행법상 국내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방문취업 비자(H-2)나 동포 비자(F-4)를 받은 중국계 등 해외 동포들 뿐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동포가 아닌 외국인들 역시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받아 가사노동자로서 취업이 가능해진다. 고용허가제란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국내 정착에 필요로 하는 각종 초기 비용(숙소비·교통비·통역비)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생률은 2012년 1.30명에서 2021년 0.81명까지 계속해서 감소해 왔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인구 이동이나 사망률에 변동이 없을 경우, 현재 수준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생률은 2.1명이다.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소멸의 위기에 접어드는 중이라고 지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제안한 오 시장은 ‘아이를 가진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이를 통해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해당 제도의 고려 배경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가사노동 시장의 축소 역시 도입 검토의 배경 중 하나다. 현재 가사노동 시장은 취업자의 고령화와 시장 축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의거하면 내국인 가사노동 취업자는 2019년 15만 6천명, 2020년 14만 4천명, 2021년 12만 1천명, 2022년 11만 4천명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취업자 중에서도 63% 가까이가 60대 이상, 약 28%가 50대다. 시장이 꾸준히 유지되리라고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따라오는 우려 역시 만만찮다. 1953년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를 받은 이후로, 가사노동은 지금까지 사회보험 및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안정성과 짧은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도 열악하다. 가사돌봄유니온의 최영미 위원장은 “가사노동은 (공적인) 고용지원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직업 소개소나 개인 간, 또는 취업정보지 등에 의존해 취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용안정성 역시 매우 낮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가사노동은 대표적인 호출노동인 만큼, 오늘 고객이 주문을 해도 갑자기 한두시간 전에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 노동자 본인도 얼마를 벌지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장에 외국 인력이 도입되는 것 자체가 가사노동의 지위 및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열악한 기피 일자리에 암묵적으로 ‘값싼 노동력’이라 인식되는 외국 인력이 들어올 때, 과연 사회적 인식이 어떻겠느냐”며 “왜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력을 도입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라”고 덧붙였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더더욱 사회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E-9 비자가 지닌 가장 큰 문제인 노동자가 ‘소속기업을 바꿀 수 없다’는 지점이 가장 크게 지적된다. 해당 규정은 제조업·농업 분야의 이주 노동자에게 ‘노예제를 강요한다’고 비판받아온 규정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장한 저출생 해결이 가능할지 역시 미지수다. 앞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의 경우 4국 모두 예외 없이 꾸준히 합계출생률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2012년 1.41명에서 2021년 1.30명으로, 싱가포르는 2012년 1.29명에서 2021년 1.12명으로, 홍콩의 경우 2015년 1.2명에서 2021년 0.75명으로, 대만은 2012년 1.27명에서 2021년 0.98명으로 줄어들었다. 최 위원장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4위, 출퇴근 시간은 1위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과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 등의 변혁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행 육아서비스의 수요층은 갑작스런 자녀의 질병이나 야근, 등하원 같은 긴급상황 위주다. 결국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틈새를 메꿀 필요가 있다”


실제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가사노동 수요 및 선호도에 대해서는 그 규모가 제대로 파악된 바 없다. 대학생 최(23) 씨는 생활 문화의 차이나 언어적 의사소통 문제 등을 지적하며 “가사, 특히 육아의 경우 가장 민감한 영역인 만큼 (나라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소통에 문제가 없는 내국인을 선택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급여 역시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직장인 A(26) 씨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급 200만원 정도로 계획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사회 초년생 월급이 200만원인데,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입국에 앞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먼저 고려해봐야 할 지점이다.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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