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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3%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의 소비 의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도 지난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작년 코로나19 확산 시기 수준인 90 이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MZ세대들의 ‘무지출 챌린지’ 열풍으로도 드러난다. ‘무지출 챌린지’란 말 그대로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정 기간 ‘0원 지출’을 달성하고 SNS에 인증하는 식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학생, 직장인 등 수많은 이들의 각종 인증이 쏟아진다.


대학생 이지원(21) 씨는 일주일 전부터 무지출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안 오른게 없다보니 점점 생활비가 부족해져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며 “약속도 잡지 않고 최대한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으며 버틴다”고 했다. 이 씨처럼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은 주로 냉장고 파먹기(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 걸어 다니기, 앱테크(앱+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어플을 활용해 돈을 버는 것), 중고 거래 등을 하며 총지출을 줄인다.


| 냉파, 앱테크, 중고 거래···

| 대학생 무지출 챌린지 도전기


 집에 있는 재료로 간장계란밥을 해먹었다(왼), 최대한 5,000보를 걷고 앱테크로 20원을 벌고자 했다(오)


기자도 4일간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봤다. 우선 식비 지출을 줄이고자 외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최대한 해결했다. 처음 이틀 동안은 집에 있던 달걀과 김, 간장을 넣은 간장달걀밥을 해 먹고, 후식으로는 몇 달 전 냉동실에 얼려놨던 떡을 먹었다.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자 평소 하지 않았던 앱테크와 중고 거래도 도전해봤다. 이전에 설문조사에 참여해 받았던 카페 음료 기프티콘을 기프티콘 중고 거래 어플 ‘팔라고’에서 팔아 4천 원을 벌었고, 지난 학기 시험 준비를 위해 샀던 책 5권을 중고 서점에 가져가 3,300원을 받았다. 이전에는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택시를 탄 적도 많았지만, 무지출 챌린지 동안에는 버스비까지도 줄이고자 노력했다. 더운 낮에는 버스를 이용해도, 저녁에는 1시간 동안 걸어서 집에 왔다. 앱테크로 5,000보를 걸으면 받을 수 있는 20원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4일간 각종 앱테크와 중고 거래로 얻은 수입에서 유일하게 지출한 교통비를 제외해도 3,900원이 남았다. 이전까지는 외식과 배달 음식으로 매일 3만원 정도의 식비 지출을 포함해 4일간 평균 15만원 이상을 지출했었다. 오른 물가만큼 무지출 챌린지를 통해 절약할 수 있는 금액도 많았던 셈이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한 4일 동안에는 몇백, 몇십원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쓰던 교통비와 식비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사실 무지출 챌린지를 위해 밥을 해 먹고 치우는 시간, 걸어서 집에 가는 시간, 카페를 대신해 학교 열람실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치솟은 물가보다는 저렴하게 느껴졌다.


| 자린고비식 절약과는 달라

| ‘갓생’ 살이의 연장선


4일간의 ‘짠내’ 났던 도전은 생활비가 부족해 돈을 아낀다는 개념보다도, ‘챌린지 도전자’로서 임할 수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SNS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무지출 성공 인증을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무지출 챌린지가 이전 세대의 단순한 절약과는 다르다고 해석한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무지출 챌린지는 단순히 자린고비처럼 경제적으로 아끼려는 마음보다 작은 성취감을 얻으려는 생산적인 MZ세대의 노력으로 비롯된 움직임”이라 설명했다. 무지출 챌린지도 이른바 갓생(God+인생) 살이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전의 플렉스(Flex) 문화도 내면에는 ‘소확행’이 있었다”며 “무지출 챌린지로 얻는 작은 경제적 이익도 기쁨으로 느끼는 것”이라 덧붙였다.


글·사진 | 박주하 기자 jhpark@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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