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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배경청소년문화교류센터 ‘투소프카’에서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투소프카]


이주배경청소년은 누구인가


이주배경청소년의 학교 부적응 및 가정환경, 공교육 지원 미비 문제가 이들의 진로 선택 폭을 좁히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주배경청소년이란 부모 혹은 본인이 이주 경험을 지닌 9세에서 24세 이하의 연령에 속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편의상 ‘다문화’로 통칭되지만, 이주배경청소년은 이주배경에 따라 국내 출생 자녀와 중도입국 청소년을 합친 국제결혼가정 자녀, 외국인가정 자녀, 탈북배경 청소년,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로 구분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거주 이주배경청소년은 20만 7,985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교육기본통계’에서 추산된 다문화 학생 수는 작년 기준 16만 56명으로 2012년(4만 6,954명) 조사 시행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언어적 어려움, 학업과 진학에도 영향 미쳐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언어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에서 이탈하고 있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학업을 중단한 이주배경청소년은 5,705명이다. 이중 약 30%가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학업에서 이탈했다. 경기도 교육연구원 임선일 연구위원은 “언어의 어려움이 문화 부적응과 학업 중단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며 “다문화 예비학교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은 3개월이나 6개월로 기간이 짧아 한국어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권민경 활동가는 “언어적 어려움으로 인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학업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이나 인터넷 용어 등을 잘 알지 못해 교우 관계에 적응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학업 중단은 제한적 진로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자인 13~18세 다문화 청소년 중 단순 노무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중은 60.3%인 반면, 전문직 관련 및 사무직은 9.7%에 그쳤다. 19~24세도 각각 48.5%, 17.5%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권 활동가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의무 교육을 완전히 이수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전문직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이어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 아르바이트 같은 단순 노무나 서비스업인 경우가 많아서 일단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 진로 선택 폭 좁혀

현실적 공교육 진로진학지도 필요해


일각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또한 제한적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다문화가구 중 절반가량이 월평균 소득 100만원~300만원 사이 구간이었다. 임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정은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사교육을 받기 어렵고, 진로를 탐색·개척하기 위한 조건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임 연구위원은 공교육의 미흡한 개별 진로지도 또한 이주배경청소년의 진로선택을 제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학 진학과 취업, 선택 진로에 따라 달라지는 국적 취득 여부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들이 별로 없다”며 “회사 대부분이 국적 취득자를 채용하려 하기에 (적절한 진로 지도 없이) 외국인 신분으로 졸업하게 되면 취업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실적 진로진학지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공교육에서 이주배경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이들은 한국 사회의 한정된 직업군으로만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진로에 따른 공교육 차원의 맞춤형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교육 진로지도, 다양한 선택지와 차별 문제 다뤄야


세밀한 진로지도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복잡한 비자 문제 등과 관련해 교사가 일일이 진로지도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권 활동가의 설명이다. 권 활동가는 공교육 진로지도의 현실적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오히려 공교육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은 세상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 다양한 선택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주배경은 취업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의 요인으로 작용될 수 없다는 내용도 취업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안팎의 학생 모두를 위한 진로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차의진 기자 iamchayj@sogang.ac.kr

서지원 기자 sjw22@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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