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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호선 의자 없는 칸 승객들이 모두 서 있다.


지난 1월 서울교통공사(서교공)는 출퇴근길 지하철 내부 혼잡도 완화를 위해 객실 의자를 제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장 높은 혼잡도를 보인 4호선 열차 1대의 1개 칸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서교공은 “‘의자 제거 사업’으로 칸당 12.6㎡의 추가 공간을 확보하고 혼잡도를 40%까지 낮출 것을 기대한다”며 “온라인 시민 반응 분석 결과, 7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이번 달에는 두 번째로 혼잡도가 높은 7호선에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지난 1일 기자가 직접 의자 없는 열차를 이용해 봤다.


▲ 출입문 비상콕크 위치가 쿠션 시트 아래로 이동했다.


│의자 제거로 달라진 열차 내부 풍경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해


지난 1일 오전 7시, 기자는 의자 없는 열차가 운행되는 4호선 미아역을 찾았다. 승강장 내에는 의자 없는 칸의 정차 위치가 별도로 표시돼 있지 않아 어느 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려야 할지 미리 알 수 없었다. 함께 탑승한 일부 승객들은 의자가 없자 당황하며 의자가 있는 옆 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옆 칸 의자는 해당 칸의 정차 구역 앞에 줄 서 있던 이들이 모두 차지해 남은 자리는 없었다. 승객 변채영(25) 씨는 “승강장에 의자 없는 칸 정차 안내 표시가 없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아 의자에 앉고자 하는 사람은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의자 없는 칸에는 노약자석을 제외한 모든 의자가 제거돼 있었다. 대신 몸을 기댈 수 있는 쿠션 시트가 설치됐다. 그러나 의자가 없으니 앞사람과 너무 가까이에서 마주 보는 형태가 돼 종종 시선이 겹치는 어색한 상황이 발생했다. 의자 제거로 ‘출입문 비상콕크’의 위치도 변경돼 있었다. 출입문 비상콕크는 비상시 승객이 출입문을 수동으로 개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기존에는 출입문 바로 옆, 의자 위에 있었으나 의자 없는 칸에선 쿠션 시트 아래로 위치가 이동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다리에 가려져 전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의자 없는 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등교 중이던 이윤아(17) 씨는 “등교 시간대라 사람이 많아서 답답했는데 의자 제거로 공간이 넓어져 덜 혼잡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혼잡도 완화 효과가 없다고 답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의자가 있는 칸에 있던 A(67) 씨는 “의자 없는 칸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의자가 있는 옆 칸으로 이동해, 의자 있는 칸의 혼잡도가 오히려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B 씨는 “의자 제거로 결국엔 전보다 많은 승객이 열차에 타게 돼서 열차 내 혼잡도가 완화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 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한영준 연구위원은 “기존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어서 열차 상부에 공간이 있었으나, 의자가 제거되며 사람들이 서 있게 되고 그 공간이 메워져 열차 내부가 더 혼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4월 1일 오전 7시 10분 기준 의자 있는 칸(위), 의자 없는 칸(아래).


승객의 선택의 폭 증가해

혼잡도 완화의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야


한편 의자 제거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이의은 교수는 “의자를 제거하는 것은 대중의 편의를 위함이라는 대중교통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중교통 서비스 차원에서 대중교통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면 교통 평론가 한우진 씨는 “대중교통은 공공에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획일화되기 쉬운데, 의자 없는 칸은 승객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자 없는 칸은 비교적 객실 내 여유 공간이 넓어 크기가 큰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더욱 편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나 열차 내 의자를 제거하는 것이 혼잡도 완화의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연구위원은 “열차 내 높은 혼잡도는 출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려 현재 열차 수와 배차 간격으로 승차 인원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며 “의자 제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으로 출퇴근 시간을 분산해 특정 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통 평론가 한우진 씨는 “혼잡도 완화의 근본적인 대안은 열차 운행 횟수와 편성량을 증가하는 것이다”며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가 더 많은 차량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도 추가로 마련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지난 12월 서교공은 “1,024억 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4·7·9호선에 열차 8대를 추가로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교공은 ‘TMAP 대중교통’ 앱으로 칸별 혼잡도를 제공해 승객들이 붐비지 않는 다른 칸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등 혼잡도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사진|이채연 기자 mu132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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