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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자는 ‘배달의 민족(배민)’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다 결제창에서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발견했다. 일회용 수저 선택란 밑에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라고 표시된 난이 있었다. 이를 선택하니 얼마 후 일회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용기에 음식이 담겨 왔다. 포장 역시 비닐봉지 대신 ‘QR코드로 다회용기 반납을 신청해 주세요’ 문구와 함께 QR코드가 새겨진 다회용 배달 가방에 포장돼 왔다. 별도의 보증금이나 추가 요금 없이 기존 배달 주문 방식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잔반도 따로 처리할 필요 없이 그대로 뚜껑만 닫아 문 앞에 두면 수거된다는 점이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존재했다. 비빔밥을 시켰으나 담겨 온 다회용기의 크기가 너무 작아 용기 내에서 섞어 먹기가 불가능했다. 기자는 집에 있는 더 큰 그릇에 음식을 옮겨 담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비빔밥과 함께 온 국은 플라스틱 일회용기에 담겨와 완전한 다회용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 다회용기에 랩이 씌워져 있어 완전한 다회용은 아니었다. 가방의 QR코드로 반납을 신청한 후 문 앞에 두면 수거해 간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높아

│친환경적이면서 편리해


지난 2021년도 10월 서울시는 ‘제로 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목표로 강남구에서 다회용기 배달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배달업체 ‘요기요’와의 협약을 시작으로 현재는 다른 배달업체에서도 협력해 △ 배달의 민족 △ 요기요 △ 쿠팡이츠 등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점차 사업 운영 지역을 확대해 현재는 △ 강남 △ 강서 △ 관악 △ 광진 △ 동작 △ 마포 △ 서대문 △ 서초 △ 성동 △ 송파 △양천 △ 영등포 △ 용산 △ 종로 △ 중구까지 총 15개의 자치구에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는 음식을 먹고 난 후 그릇을 문 앞에 내놓던 과거 중국집 배달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다회용기를 수거하고 세척하는 별도의 다회용기 업체가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40대 주부 A 씨는 “일회용기는 직접 세척해서 분리수거까지 해야 하는데 다회용기는 그대로 내놓으면 되니까 편하다”며 “용기 수거도 핸드폰에서 간단하게 접수만 하면 돼서 좋다”고 편리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B(31) 씨도 “배달 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죄책감이 들었는데 (다회용기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어서 좋다”고 전했다. 무용 연습실에서 자주 배달을 시키는 C(26) 씨는 “연습실에서 음식물을 처리하기 어려웠는데 따로 치우지 않아도 돼서 자주 이용한다”며 “다회용기 배달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낮은 접근성으로 이용률 저조해

│배달앱 적극적으로 홍보 나서야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가 시행된 지 약 3년이 돼가지만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시 내 다회용기 운영 음식점 수는 1,290곳, 총주문 수는 9,144건이었다. 해당 월에 음식점당 평균 7건의 주문밖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해당 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5일 기자는 배민 앱에서 다회용기 서비스를 다시 이용해 봤다. 앱에 들어가자마자 기자가 직면한 어려움은 별도의 다회용기 카테고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특정 음식점의 메뉴 면에 들어가서도 해당 음식점이 다회용기 가능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주문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결제창에 들어가서야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기자는 ‘다회용기 배달 주문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 배민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하면 가능점들을 모아놓은 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결제창에 들어가면 다회용기 가능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음식점 결제창에선 해당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낮은 접근성은 다회용기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다고 지적된다. 녹색연합 진예원 활동가는 “대부분 소비자는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회용기 배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 소비자가 다회용기 음식점을 직접 찾아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보이도록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앱 상단에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만들거나, 음식점 이름 옆에 다회용기 아이콘을 추가해 음식점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다회용기를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요기요에는 다회용기 카테고리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처럼 해당 서비스를 상단에 노출하는 것은 홍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에서 카레 음식점을 운영하는 D 씨는 “배민도 같이 쓰고 있지만 (다회용기 전용 카테고리가 있는) 요기요에서 다회용기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본교 허정선(심리 22) 학우는 “다회용기 배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귀찮아서 굳이 이용하지는 않았다”며 “다른 혜택이 주어진다면 이용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주문 건당 탄소중립포인트 1,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탄소중립포인트는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실천’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후 배달 주문을 이용하면 받을 수 있으며 현금으로도 교환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제도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다는 문제도 있다. C(26) 씨는 “다회용기로 주문해 본 적이 있으나 해당 제도는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원 가입하기 귀찮아서 앞으로도 안 받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교 김예림(심리 23) 학우는 “따로 회원가입도 해야 하고 관심 있는 사람만 아는 제도 같아서 실효성이 높진 않을 것 같다”며 “배달비 인하 같이 더욱 체감되는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가능점 전체 음식점의 1%에도 못 미쳐

│영업주 불편 속출해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한 음식점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용의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강남구의 한 지역에서 ‘부대찌개’를 검색하자 주문 가능한 일반 음식점은 99개 이상인 반면 다회용기 가능점은 단 3곳에 불과했다. 기자는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해당 3곳의 음식점 중 한 곳에서 주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 학우 역시 “평소에 환경을 생각하는 편이어서 다회용기로 배달을 시키려 했지만, 가능한 지점이 없어 결국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일반 음식점에서 시켰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의 음식점 약 13만 곳 중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한 음식점은 지난해 9월 기준 1,290곳뿐으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영업주들로부터 다회용기 사용의 불편함을 들어봤다. D 씨는 지난주까지는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가중되는 불편함에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는 중단한 가장 큰 이유로 ‘일회용기 주문과 함께 들어올 때의 혼란’을 꼽았다. 그는 “바쁠 때를 대비해 반찬, 국 등은 미리 용기에 담아 준비해 놔야 하는데, 다회용기 같은 경우에는 주문량이 많지 않아 미리 준비할 수가 없다”며 “주문이 몰릴 때는 다회용기 주문이 한 건만 섞여 있어도 (영업에) 지장이 많이 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차라리 다회용기 주문만 있으면 괜찮은데 일반 일회용품 주문과 함께 들어오니 동선이 꼬이고 직원들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발주량 문제도 있었다. 그는 “용기를 미리 발주해야 하는데 다회용기는 수요가 일정하지 않아 수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심지어 일회용기는 물류사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오는데, 다회용기는 발주해도 중간에 펑크날 때가 자주 있다”며 “취지가 좋아서 어떻게든 하려고 했는데 운영 차원에서 불편한 점이 여럿 있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기자는 다른 음식점에서 다회용기로 주문했으나 일회용기로 배달이 와 음식점에 문의해 보니 “발주량이 모두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일회용기로 나갔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회용기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지 묻자 해당 음식점은 “원래는 잘 안 들어오는데 오늘 다회용기로 단체주문이 나갔다”고 답했다. 한식점을 운영하는 E 씨도 “다회용기는 (찾는 사람만 찾다 보니까) 주문이 많은 날도 있고 완전 없는 날도 있어 불규칙하다”며 “(발주량 확인을 하지 못하다) 일회용기로 배달 나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 다회용기로 주문했지만 메인 요리를 제외한 나머지 국, 소스, 반찬은 일회용기에 담겨왔다. 반찬은 미리 담아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음식점의 설명이다.


│다회용기 시장 규모 확대돼야

│일회용품 규제책도 필요


녹색연합 진 활동가는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다회용기 수요가 적기 때문에 영업주가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며 “체계적인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사용량을 최대한 늘려서 시장 규모를 키워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전했다. 시장 규모가 커져야 매장 운영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재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영업주가 일회용기 비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회용기를 공급받고 있지만 계속해서 모든 영업주를 지원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면 배달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사진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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