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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 3대 황금 상권’이라 불리던 신촌 상권이 저물고 있다. 본교와 연세대, 이화여대가 모여 있는 신촌은 청년층의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권으로 꼽히며, 크리스피크림도넛, 투썸플레이스 등 국내외 기업들의 1호점이 자리 잡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찾아간 신촌은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게 썰렁한 분위기만을 풍겼다.



▲ 지난 1일 찾은 연세로. 지나가는 행인이 거의 없어 휑한 모습이다.


│텅 빈 신촌 거리

│하나 건너 하나가 공실


지난 1일 찾은 신촌 상권의 중심지인 연세로(신촌역 2번 출구부터 연세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불금’임에도 불구하고 휑한 모습이었다. 신촌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라진 투썸플레이스였다. 투썸플레이스 1호점이었던 신촌점은 2002년 개장 후 21년 만인 지난해 12월 폐점했다. 이에 대해 투썸플레이스는 “신촌 상권의 변화와 매장 노후화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폐업한 가게는 투썸플레이스뿐만이 아니었다. 신촌역 주변에서부터 보이던 빈 점포는 연세로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거의 한 걸음씩마다 발견됐다. 사람 없는 휑한 거리 곳곳엔 ‘임대 문의’라고 쓰인 현수막만 썰렁하게 걸려 있었다. 빈 점포의 종류는 카페, 음식점, 옷 가게, 화장품 가게 등 다양했다. 연세로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빨간 잠망경(빨잠)’ 건너에 있던 에뛰드하우스에도 임대 현수막이 걸렸다. 커튼이 굳게 처진 통창 위로 ‘에뛰드 신촌점 영업 종료. 에뛰드는 가까운 홍대와 명동 지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푯말이 함께 붙어 있었다.


개중에는 1층부터 4층까지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해당 건물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엔 5개 층 전체에 임대 현수막이 걸린 채 오랫동안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건물도 보였다. 기자는 이날 연세로에서 2층 이상 건물 중 전체 층이 비어 있는 건물만 6곳을 발견했다.


▲ 3층 건물 전체가 공실로 방치돼 있다.


│신촌·이대 공실률 최고 수준

│수요에 비해 높은 임대료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촌·이대 지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3%에 달했다. 이는 같은 시기 서울 상권 평균 공실률(5.8%)의 3배를 넘는 수치로, 서울 내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실률이 치솟았던 코로나19 시기 이후 서울 대부분의 상권은 활력을 되찾고 있는 반면, 신촌·이대 지역의 공실률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분기(16.2%)보다 증가하며 상권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권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수요에 비해 높은 임대료다. 신촌은 교통 요충지로 그동안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었다. 인근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A 씨는 “임대료가 높은 것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임차인이) 버티지 못해 공실이 생기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그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신촌의 수요가 적은 것을 꼽았다. 그는 “옛날에 비해 신촌에 사람이 엄청 줄었다. 신촌에 오는 사람 자체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설명했다.


│신촌만의 개성 없어

│홍대, 합정 등 대체 상권 등장해


신촌 상권은 대학생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놀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본교 김주희(국문 22) 학우는 “신촌은 술집만 많은 느낌이다. 술을 즐기지 않아 보통 놀 때는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같이 예쁘게 꾸며진 장소를 찾아다니는데 신촌은 그런 공간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본교 학우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연세로에는 대학생들이 자주 가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소품샵 같은 즐길 거리가 없었다.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셀프 사진관, 특색 없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뿐이었다. 본교 손지예(심리 22) 학우도 “신촌에는 술집과 프랜차이즈 식당만 많아 신촌만의 매력이 없다”고 신촌을 자주 찾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학기 종강 날 (신촌이) 가까우니까 친구들과 밥을 먹고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마땅히 갈만한 예쁜 카페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 결국 예전에 갔던 곳을 또 갔다”며 신촌만의 특색 있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촌이 더 이상 ‘대학교 상권’이라는 입지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대학생들의 학교 앞 상권 이용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과거에는 대학생들이 학교 앞에 있는 상권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 상권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촌 상권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거리에 외부 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 학우 역시 “놀 때 굳이 신촌을 가지는 않는다”며 “가까이 있으니까 가끔 방문하는 것뿐, 다른 곳에 살았다면 굳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촌이 대학생들로부터 인기를 잃는 데에는 신촌 인근에 매력적인 대체 상권이 많기 때문도 있다. 본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김 학우는 “걸어서도 홍대에 갈 수 있으니 놀 때는 신촌 대신 홍대에 많이 간다”고 말했다. 손 학우도 “홍대는 쇼핑, 혜화는 공연, 망원은 소품샵이 있지만 신촌에는 술집과 빨잠뿐”이라며 “특히 홍대, 합정, 연남동 같은 핫플이 가까이 있어서 (신촌에) 안 가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촌 근처의 홍대, 합정, 연남동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신촌 상권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상황이다. 망원역 상권은 2022년 2분기부터 공실률 0%대를 기록하고 있고, 동교·연남 상권은 2021년 4분기부터 공실률이 0~2%대로 집계됐다.


글·사진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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