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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길거리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친 광경.


▲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안내판이 붙어진 곳에도 쓰레기가 무단으로 투기돼 있다.


| 갈 곳 잃은 거리의 쓰레기들

| ‘평평한 곳’ 위라면 어디든 무단 투기


거리마다 꽉 찬 쓰레기통으로 인해 서울시 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주말, 길거리 쓰레기 문제의 실상을 알기 위해 기자가 직접 홍대 거리를 찾았다. 역에서 올라오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위치한 쓰레기통은 이미 꽉 차서 바닥까지 넘쳐 있었다. 그 옆에는 다 마신 일회용 음료 컵이 널브러져 있었다. 판판한 쓰레기통 위에도 음료 컵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채였다. 쓰레기통이 꽉 찬 탓에 근처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투기한 광경은 기자가 홍대 길거리를 따라 걷는 내내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었다. 홍대입구역 근교의 LG팰리스 빌딩과 스타피카소 빌딩 뒤로 난 좁은 샛길 뒤에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버리고 간 쓰레기가 군데군데 버려져 있었다. 특히 이곳저곳 버려진 담배꽁초가 가장 눈에 띄었다. 화단 위에 찌그러진 캔이나 다 마신 일회용 음료 컵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을 찾아 경의선숲길을 따라 연남동을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연남동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쓰레기통은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한 반면 전봇대 밑이나 근처 상가에서 내어놓은 쓰레기봉투 옆에 대충 쓰레기를 같이 버려두는 무단 투기는 두세 블럭에 한 번씩 목격됐다. 결국 홍대입구역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해 쓰레기를 버리고자 했다. 그러나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시행된 이래 지하철 화장실에서 쓰레기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당일 홍대를 방문한 대학생 황 모(23) 씨는 “홍대는 유동 인구가 무척 많아서 현재 있는 쓰레기통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모(23) 씨 역시 “쓰레기통이 꽉 차서 대충 옆에 버리거나, 길거리에 무단투기한 적도 있다”며 “쓰레기통을 조금 더 확충하면 이러한 불편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 ‘길거리 쓰레기통 부족’ 불만 터져나와

| 확충 계획 밝힌 서울시


무엇보다 ‘인구수에 비해 부족한 쓰레기통 숫자’가 거리에 쓰레기가 즐비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의 개수는 현재 총 6,940개다. 약 천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 인구로 나누면 약 1,400명이 쓰레기통 한 개를 이용해야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2021년 서울시민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3%가 거리에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시의 고질적인 쓰레기통 부족 문제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며 시내 쓰레기통 개수를 대폭 줄인 이후부터 본격 대두됐다. 서울시는 쓰레기 종량제의 정착과 가정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2007년까지 쓰레기통 개수를 절반이 넘는 수준으로 줄여왔다. 


그러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쓰레기통을 줄이는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쓰레기통이 없으니 오히려 쓰레기를 길에 대충 버리게 됐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홍대 거리를 점검했을 때도 쓰레기를 버릴 공간이 없어 ‘대충 쓰레기통 근처에 욱여넣는’ 방식의 무단 투기가 자주 목격됐다.


서울시는 계속되는 민원으로 인해 쓰레기통 개수를 현재까지 약 7,000여개로 점차 늘려왔다. 서울시는 쓰레기통을 △2023년 말 5,500개 △2024년 6,500개 △2025년 7,500개 등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며, 구 단위와 협의 하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쓰레기통 늘린다고 무단 투기 줄어들까

| 관리에 대한 우려 이어져


그러나 쓰레기통 확충이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쓰레기통을 늘린다 한들 쓰레기 무단 투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쓰레기통을 늘릴수록 가정·상가의 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기자가 홍대 거리를 점검하는 동안, 상가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길거리 쓰레기통 근처에 무단 투기된 경우를 여러 차례 발견됐다. 김 씨는 “쓰레기통이 부족한 것도 맞지만, 늘렸을 때 오히려 길거리에 쓰레기가 눈에 많이 띄는 등 환경 미화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글·사진 |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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