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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바닥에 적힌 천천히안내 표지.


인도에 멈춰 서 있는 자전거.

 

지난달 23일 오전, 기자는 자전거를 타고 서강대역 인근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지나던 중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행인을 발견했다. 기자는 경적을 울려 행인에게 옆으로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폰을 끼고 걷고 있던 행인은 뒤늦게 자전거의 존재를 발견하고 옆쪽 보행자 통행로로 비켜 걸었다. 자칫하면 보행자와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자가 이용한 자전거 도로는 비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자전거 이동 동선 및 통행로가 보행로와 분리돼 있지 않다.

 

교차로에서 사고 다발

안전거리·시야 확보 부족

 

보행자, 자동차, 자전거가 교차하는 구간인 교차로에서 자전거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2022년 자전거 사고 현황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로 인해 발생한 자전거 사고의 39.1%가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전거 사고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교차로에서 자전거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차로에서 감속하지 않은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거리와 좌우 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때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통행 방향이 전환되는 교차로에 자전거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면 차량, 자전거 등 교통수단 운전자의 시야는 좁아진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본보에 교차로에는 잠재적 위험 요소인 수단 간 상충*’”이 있다며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자전거와 자동차, 또는 자전거와 보행자 간 상충 빈도가 커지고 자전거 이용자가 충돌 위험성을 인지하더라도 위험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충 빈도 높은 겸용도로

사고 위험성과 불편 가중돼

 

교차로와 함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도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경우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붙어 있는 도로 특성상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간 상충 빈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충은 요철, 가로시설물, 노상 적치물로 인해 도로가 일시적으로 단절되거나 도로 유효폭이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자전거 이용자가 좌우 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보행자와 자전거 간 충돌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자전거 도로 주행 중 갑작스러운 낙하물 또는 불법적재물 등을 피하려고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 도로로 침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를 순간적으로 피하지 못하거나 보행자를 피하려고 다른 방향으로 트는 과정에서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통행에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보행자는 편안하고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인 보행권을 침해받는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걷다가 자전거와 충돌할 뻔했던 A(23) 씨는 좁은 보도에서 자전거가 순식간에 앞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자전거와 충돌할 뻔했다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함께 보도를 이용하다 보니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자전거 이용자도 보행자로 인해 자전거의 연속 주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B(23) 씨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나란히 지나가기 좁은 곳에서는 중간중간 속도를 낮추거나 자전거를 끌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안전과 편의 증진 위해

자전거 도로 여건 개선 필요

 

상충 빈도를 줄여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분리대와 연석 같은 시설물로 차도 및 보도를 구분해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는 도로로, 자전거 이용의 안전성을 높인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다른 도로와 상충하지 않아 보행자나 다른 교통수단의 침범을 받지 않는다전용도로에서는 독립적으로 자전거를 주행할 수 있어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제고한다고 전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청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본보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통해 자전거 도로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민원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노용호 의원은 자전거 전용도로의 정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한 바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을 통해 자전거 도로 여건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2022년 기준 서울시 내 자전거 도로 노선은 총 1,315개로, 자전거 전용도로 225,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814, 자전거 전용차로 102, 자전거 우선도로 174개다. 서울시청 보행자전거과는 도로 및 교통 여건, 자전거 수요, 자전거 종합계획에 따른 사업 우선성을 고려해 자전거 도로 설치 여부와 종류를 결정 중이라며 자전거 도로 여건을 개선해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 이가람 기자 fksp1108@sogang.ac.kr

 

*상충: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과 차량이 서로 만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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