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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사랑하는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는 여러 사체 처리 방안을 알아봤으나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고, 폐기물 소각장으로 보내기엔 다른 동물들과 함께 소각될 것이 우려돼 장묘시설을 이용하기로 선택했다. 그러나 제주도 내에는 장묘시설이 한 군데도 없었다.


A 씨는 큰마음을 먹고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러나 서울에도 장묘 시설이 한 곳도 없어, 기차표를 한 번 더 끊고 경기도로 ‘원정 장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 반려동물 무단 투기는 ‘불법’

| 동물장묘시설 이용해야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1월 근 5년 이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에 관한 물음에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장묘시설 이용’이 30.3%,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가 19.9%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허가되지 않은 땅에 이를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 및 제68조는 동물 사체를 지정된 장소나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 버리거나, 허가·승인·신고된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매립 또는 소각한 자에게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바른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으론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방법과 동물병원에 위탁해 폐기물 소각장에서 다른 동물들과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법, 그리고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반려동물 매립을 금하는 이유는 보건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본보에 “죽은 반려동물을 임의로 매립할 시 사체로 인한 벌레와 가스로 인해 심각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의 사체를 일반적인 생활 쓰레기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의 수는 약 856만 마리이며, 한해 반려동물 사망률은 5% 가량으로 이에 따르면 매년 약 43만 건의 반려동물 장례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공식적으로 동물장묘시설에서 의료 폐기물로서 처리되고 있는 동물의 수는 6만 1,365마리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나머지 동물 사체의 처리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동물정책팀 윤민 주무관은 “현재까지 서울시 내에서 사체 무단 투기로 인한 민원이나 실제 행위가 적발돼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며 “사실상 이를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 (자료 : 한국소비자원)


| 힘든 교통편·부족한 장묘시설

| 장례 편의성 지역별 편차 심각해


지난 11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동물장묘시설에 기자가 직접 방문해 봤다. 시설은 마을 외곽에 위치해 진입하려면 유일하게 한 대 운영 중인 마을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해당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이 평균 60~80분으로, 기자가 도착했을 당시에도 배차간격이 50분으로 책정돼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택시 또한 잡히지 않아, 기자는 30분가량을 걸어 시설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내부 화장장과 연결된 거대한 환풍구였다. 건물 내부에 장례식장, 화장장, 추모실 등이 갖춰져 있어 본관 외 별도의 시설은 없었고,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터 주차장은 방문 차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장묘시설 관계자는 “이곳은 단순히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고, 건강하게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 치유의 공간”이라며 “(본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장묘업체가 언론 및 방송을 포함해 외부인에게 내부를 노출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기자의 내부 방문을 거절했다.


제주도민인 대학생 유희정(25) 씨는 사흘 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보내주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방문했다. 유 씨는 반려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사체 처리와 관련해 난항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유 씨는 “집 근처에 묻는 것은 불법이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도 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 동물장묘업체를 찾아봤는데 제주도에는 한 군데도 없더라”며 “결국 육지로 원정 장례를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 씨는 “여력이 안 되는 경우 반려동물 사체를 택배로 육지의 장묘시설에 보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며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을 제대로 보내줄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 서울시 동물장묘시설 ‘0곳’

| 부지 부족·지역주민 반대 때문


이처럼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특별시·대전광역시·제주특별자치도에는 운영되고 있는 동물장묘시설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동물장묘업 업체 수는 53개소로, 지역별 업체 수는 경기도가 21개소로 39.6%, 경상남도 8개소 15.1%, 충청북도 5개소 9.4%, 경상북도 5개소 9.4%, 충청남도 4개소 7.5% 순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19년 기준 공식적으로 등록된 서울시 반려동물 수는 12만 5,458마리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반려동물 양육 수가 높다. 유기·유실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센터의 수 역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음에도, 현재까지 서울시에 운영되고 있는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전무하다. 윤 주무관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서울시 내에 화장장 등의 장묘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 전했다.


시의 실정과 상관없이 사체 처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2021년 ‘서울형 반려동물 장묘정책’ 수립에 관해 논의하며 이동식 동물화장업을 확충하는 방안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형 동물화장업은 화장장 관계자가 직접 보호자 가정에 방문해서 사체를 수거해 가는 방법으로, 외곽에 방문하기 어려운 도심 거주민들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더불어 공공동물장묘시설 설립에 관한 논의도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정책에 대한 논의는 2021년에 그쳤다. 윤 주무관은 “지속적인 논의는 간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마땅한 부지가 없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서울시 내 공공동물장묘시설이 건립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동물장묘시설 외관


·사진 | 이나윤 기자 sugar0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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