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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최예빈(22) 씨에게 템플스테이는 로망이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였다. 세속을 벗어나 고요한 절에서 맑고 신선한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어요. ‘느림’을 추구하는 불교 사원에 머물게 되면 온갖 근심과 걱정이 금세 사라질 것 같아요.” 템플스테이를 꿈꾸는 청년은 최 씨만이 아니다.


|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

| 수행의 공간이 대중의 문화공간으로


‘템플스테이’란 절에 머물면서 불교문화와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물질과 문명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템플스테이는 이제 옛말이다.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등장한 템플스테이는 종교와 별개로 속세를 떠나 이색체험·휴식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레저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시작된 템플스테이의 누적 방문자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방문객의 주 연령대는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0대, 30대 청년들이다. 


인스타그램에 ‘#템플스테이’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8만7천여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유튜브·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도 템플스테이 체험을 다룬 영상들이 꾸준히 올라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수행과 수련의 공간이었던 사찰이 대중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떠오른 것이다.


| 템플스테이, 20·30세대가 열광하는 이유

| 힐링의 아이콘으로 부상


지난 7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본교 이 모(경영 23) 학우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절을 찾았다. 그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며 “법복을 입은 채 새벽에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등 낯선 생활로부터 오히려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인 원명 스님은 전국 사찰들의 템플스테이가 해마다 인기인 이유에 대해 “핵가족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며 “고민과 걱정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템플스테이가 치유와 위로의 아이콘이란 인식이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을 마주하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특히나 명상 같은 불교문화에서 지혜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 건축을 조화시키는 한국형 리트리트(휴식처·retreat) 개념을 제시한 곽희수 건축가는 젊은 세대의 템플스테이 참여 확대에 대해 “과거에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자연과 집단적인 놀이문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같이 일상에서도 수많은 자극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통해 조용하고 느린 치유를 원한다”며 “산사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생, 통신 등 도시 생활의 편리함은 유지한 채 자연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템플스테이 건축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 “도심 속 수행 놀이터”

|  ‘저스트비 홍대선원’ 템플스테이 체험기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대선원의 입구, 캡슐형 숙소, 티테이블, 법당.


불교문화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특별한 사찰도 있다. 바로 젊음과 예술의 성지인 홍대 중심가에 생긴 수덕사 포교당 ‘저스트비 템플(JustBe Temple)’ 홍대선원이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선원은 청년들을 위한 ‘수행 놀이터’이자 현대적 승가를 모토로 2022년 10월 서울 서대문구에 문을 열었다. 지난 12일, 기자가 이곳에 직접 방문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젊음의 거리인 홍대 번화가 사이로 ‘JustBe 홍대’라고 쓰인 입간판이 보인다. 선원은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형 티테이블에서 차담을 나누는 스님과 게스트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지상 6층 규모인 저스트비 템플은 1층은 안내데스크와 다도, 독서 공간이, 2층과 3층은 템플스테이와 게스트 하우스를 겸한 1인용 숙소가 있으며, 5층엔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 있다. 법당에서는 매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108배, 차담, 염불을 비롯해 저스트비 템플만의 ‘힙(hip)’한 감성이 드러나는 프리댄스, 태극권, 드로잉, 소리 목욕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오전 5시 30분, 법당을 채우는 죽비소리와 함께 새벽 예불이 시작된다. 108배와 좌선을 곁들인 예불이 끝나면 선원 지하 1층 공양간에서 맛있는 냄새가 퍼진다. 공양간에 내려가니 중앙 테이블에 한식이, 벽면의 작은 테이블에는 빵과 시리얼이 준비되어 있었다. 묵언 수행으로 이뤄지는 공양 시간이 마무리 될 쯤, 법증스님이 “1층으로 올라와서 같이 대화나눠요”라며 차담을 권유해왔다. 기자는 티테이블에 앉아 스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가졌다.  “도심에서 분리된 사찰, 규율, 엄숙한 그림과 불상들같이 정형화된 요소들이 청년들이 불교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어요.” 그는 이곳에서 음악, 디자인, 첨단기술, 청년 프로젝트 등 정해진 것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열려 있는 불교 문화 공간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 투숙하는 외국인 청년들은 개인 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저스트비 템플의 매력이라 설명했다. 저스트비 템플의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칠레 청년 제레미 씨는 “종교가 없고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재밌는 스님들과 함께 하면서 명상을 배우고 댄스, 노래 공연 등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저스트비 템플에 장기투숙 중인 폴란드 청년 제이콥 씨도 “홍대 번화가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며 “종교와 문화의 장벽 없이 소통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청년들이 이곳에 모이는 이유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 | 신지우 기자 jiwoo8155@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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