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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 건물 벽에 위치한 전자식 전력량계.


코로나19가 안정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기료까지 오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신수동에서 카페 ‘띵오브띵스’를 운영하는 김영신(34) 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아직 5월 말이지만 30도에 육박하는 기온탓에 매장 내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혹여나 손님들이 더위에 불편해할까 봐 주 6일 내내 냉방을 하고 있지만 부담스러운 전기 요금에 걱정이 앞선다. 김 씨는 “에어컨뿐 아니라 오븐까지 전기를 많이 잡아먹으니, 전기료 지출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6일 2분기 에너지 전기료는 kWh(킬로와트시)당 직전 대비 8원, 5.3% 인상된 가격으로 확정됐다. 소폭 오른 것처럼 보이나, 역대 최고 인상 폭이었던 지난 1분기의 9.5% 이후 인상 결정이기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전기료 부담은 적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 시기는 평균보다 앞당겨져 6월부터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7월부턴 엘니뇨(태평양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의 영향으로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되며 ‘전기료 비상’에 불이 켜졌다.


│냉방 망설이는 자영업자들

24시 시설은 부담 더 커


“다음 달 청구서에 찍힐 금액이 무서워서 냉방을 아낄 수밖에 없어요.” 인근의 또 다른 카페 사장 A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A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공간이 넓어 본교 학생들이 ‘카공’을 위해 애용하는 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 실내에는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습도만 덜할 뿐 온도는 외부와 비슷했다. 확인 결과 에어컨 설정온도는 26도였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외투를 벗거나 시원한 음료를 시키는 등 저마다 열을 식히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카페를 찾은 본교 김 모(지융 23) 학우는 “더위를 피해 공부하려고 카페를 찾았지만, 집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 라면 가게 내 조명과 냉방기기.


▲ 24시 영업중인 오늘이라면 라면 가게.


하루 종일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24시 영업 가게에 전기료는 특히나 더 큰 부담이다. 최근 본교 남문 근처에 셀프 라면 가게 ‘오늘이라면’을 개업한 자영업자 이애경(59) 씨는 “전기료가 부대비용의 10% 정도를 차지한다”며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지출은 늘어나고 소득과 생활 수준은 함께 내리막길로 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가게 내부에는 밝은 조명과 대형 냉장고, 키오스크, TV, 에어컨 등 꼭 필요하지만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시설이 밤낮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전기료 인상 원인은 ‘한전 적자’

│"추가 인상 피할 수 없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전기료 부담 호소에도 전기료가 계속해서 인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교 경제학과 허준영 교수는 한국전력(한전)이 판매하는 전기요금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가격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허 교수는 “작년에 국제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정부에서는 정작 이를 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동결시켰다”며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전기의 원자잿값은 올랐으나 판매가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현재 이렇게 쌓인 한전의 적자는 무려 38조 5,000억 원으로, 대한민국 예산의 8%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전에서는 이를 해결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을 대량으로 발행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국내 채권시장 전체의 부담만 늘어났다. 한전채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는 다른 회사채들은 한전채의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시장에서 팔렸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이러한 부작용을 짚으며 “정부가 뒤늦게 한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전기료를 인상했으나, 한전의 적자 발생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물가 상승으로 서민 부담 가증될 것”

│취약계층 위한 맞춤형 보조 정책 필요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한전의 부채 탓에 전기료는 앞으로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기료가 kWh당 총 19.3원 인상된 데 이어 올해 추가 인상으로 1년 만에 전기료는 총 39.6%나 올랐다. 허 교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업종이 없는 만큼 다양한 업종에서 전기료 인상 및 인플레이션 기대로 인한 물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 초중반으로 예측되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인한 가계의 피해가 결국 고물가로 인해 더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고물가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전기료까지 계속해 인상된다면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담은 훨씬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여름 이상기후로 인한 살인적 더위와 더불어 전기료까지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허 교수는 “전기료 인상의 피해가 더 클 취약 계층을 정부가 잘 파악하고, 이러한 계층을 위해 맞춤형으로 보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 부지희 기자 orcabo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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