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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사업 추진

관광특화거리로 재탄생


홍대 앞 거리가 ‘레드로드’로 붉게 물들었다. 레드로드는 도로에 빨간색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칠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밀집사고를 예방하고, 홍대만의 특화거리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다. 마포구는 지난 10일 “인파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관광 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성한 레드로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레드로드는 마포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경의선숲길부터 홍대입구,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약 2km 구간에 해당한다. 마포구는 레드로드의 일부 구간에 주황색(먹거리), 초록색(뷰티거리), 보라색(패션거리) 등 거리별 대표 색상을 입혀 특구 내 대표 상권과 문화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조성된 레드로드. 


붉은 거리 위 몰려든 사람들

‘레드로드 페스티벌’ 열려


마포구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홍대 일대에서 ‘레드로드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기자가 지난 13일 방문한 레드로드는 공연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오후 2시부터 개최된 외국인 노래자랑을 시작으로 레드로드 조성을 기념하는 선포식과 축하공연 등이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축하공연에는 가수 이찬원과 클론, 개그맨 지상렬 등이 출연했다. 이와 동시에 수공예 마켓과 전통문화체험, 버스킹 공연, 거리 미술전, 지역 상인들과 함께하는 라이브 커머스 등이 레드로드 전역에서 펼쳐졌다. 관광객들은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며 페스티벌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편 해당 페스티벌이 레드로드의 시작을 알리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레드로드 페스티벌에 방문한 대학생 윤희원(22) 씨는 “레드로드를 홍보하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방문했으나, 막상 와보니 그냥 홍대 지역 상권 살리기 축제 같은 느낌이 강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 지난 13일 개최된 레드로드 페스티벌 현장.



‘안전 위한 비용’으로  페인트칠

실효성에 의문 제기돼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다중인파밀집지역의 위험 요소를 해소하는 용도로 각 자치구에 약 4억원 가량의 교부금을 지급했다. 마포구는 홍대 어울마당로를 인파 혼잡도가 높은 지역으로 보고 해당 예산을 모두 레드로드 사업에 투입했다.

이처럼 레드로드를 조성한 가장 큰 이유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레드로드가 실질적으로 인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경사로가 아닌 평지에 붉은색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를 시공했기 때문이다. 레드로드는 홍대 캠퍼스 방면으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깔렸다. 본교 정 모(신방 22) 학우는 “레드로드가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미끄럼방지 페인트를 칠한다고 해서 인파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홍대 주변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민지(21) 씨는 “이태원과 홍대의 지형은 많이 다르다”며 “이곳은 길이 가파르지 않아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인도가 아니라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는 보차혼용도로에만 붉은색 아스콘을 시공해, 레드로드를 따라 상점가를 구경하는 인파와 지나가는 차량 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도로 재설계보단 인파 관리에 중점을 둔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강명구 교수는 “이미 미끄럼 저항기준에 대한 규정에 근거해 시공한 보도블록에 레드로드 사업이란 명분으로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홍대 일대는) 인파와 차량을 체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레드로드처럼) 도로에 페인트를 녹여 일체화시키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페인트가 벗겨져 더 미끄러울 수 있다”며 “레드로드는 안전성과는 큰 관련이 없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레드로드, 홍대 대표 테마거리로 지정

무너진 골목 상권 살릴 수 있을까


마포구의 일부 지역 상인들은 레드로드 사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레드로드가 홍대 대표 테마거리로 성장해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홍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이 모 씨는 “이전부터 홍대 거리에 색다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레드로드 사업으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홍대 거리를 주목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상인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홍대 지역 상인으로서 반길 만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마포구는 문화 전시와 버스킹 무대를 조성해 홍대 거리의 특색을 살리고, 거리의 공중화장실과 흡연 부스를 재정비하는 등 보행 편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레드로드 사업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속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며 “향후 마포순환열차버스로 지역 곳곳을 연계해 홍대 전역을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고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글 | 신지우 기자 jiwoo8155@sogang.ac.kr

사진 | 이나윤 기자 sugar0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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