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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개발자 부트캠프’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약 2주에서 한 달 동안 C언어, JavaScript 등의 코딩 이론 교육을 수강한 후 개인 또는 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현직자 출신 멘토에게 도움을 받는다. 업체마다 상이하나 과정은 주로 평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8개월 이상 소요된다.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3~5개월 부트캠프의 수강 비용은 400~900만 원에 달한다.


│포스텍 부트캠프 수료자 이 씨의 이야기 


대기업이나 IT/SW 계열 전문 기관에서 직접 부트캠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테크코스’, 삼성의 ‘SSAFY’, ‘SW마에스트로’ 등이 그 예다.


9개월간 포스텍 개발자 부트캠프를 수료한 이(24) 씨는 부트캠프를 통해 얻어간 게 많다고 말한다. 그는 총 4개의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세스를 익혔다. 개발 트랙으로 신청했지만, 기획부터 디자인도 직접 공부하고 체화했다. “9개월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이 큰 자산이 됐어요.” 그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한 경험이 특히 소중하다고 말한다.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 의사소통 방식, 프로젝트 진행 후 피드백하는 방식 등은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를 것들이었다. 그는 “대학 공부를 하면서는 전공을 살리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여기 커리큘럼이 현업이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다”며 “부트캠프를 통해 커리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돼 좋다”고 전했다.


│‘네카라쿠배’ 열풍 속, 

│IT기업 취업 겨냥하는 부트캠프


대기업 부트캠프들은 경쟁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선발 과정에서 코딩테스트나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이에 대다수의 코딩 입문자들과 장기간 참여할 여건이 되지 않는 구직자들은 일반 사기업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단기간 집중교육’ 형태의 부트캠프로 눈을 돌린다. 이곳들은 IT기업 취업을 위한 3요소인 ‘코딩 테스트, 기술 면접, 포트폴리오’ 각각을 준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최근 이러한 부트캠프가 성행하는 이유는 개발 직군의 전망이 높아지고 ‘유니콘 기업’이라 불리는 IT기업들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 ‘당토직야(당근마켓, 토스, 직방, 야놀자)’라는 호칭도 생겼다. 서울권 컴퓨터공학과(컴공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기정(25) 씨는 “‘네카라쿠배’는 대입에서의 ‘서연고서성한’ 느낌으로, 다들 가고 싶어하는 회사”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회적 선호에 발맞춰 많은 부트캠프가 ‘개발자 취업하려면 이곳에서’를 외치고 있다.


취업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부트캠프 광고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개발자 부트캠프’를 검색하면 다양한 업체의 광고가 뜬다. 사이트에는 캠프 수료자의 취업률과 함께 ‘부트캠프 듣고 취업했다’는 취업 성공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르기만 하면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문구도 사이트 곳곳에서 보인다.


커리큘럼도 취업 맞춤형이다. 기업들이 채용 단계에서 실시한 코딩 테스트를 연습해보고 개인별 직무상담 및 각종 취업특강도 진행한다. 아예 취업집중반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한 IT 아카데미는 매주 지원하는 기업을 2~3개씩 선정해 지원 서류를 첨삭해준다. 대기업 채용 공고가 뜨면 해당 기업에 맞춰 코딩 테스트와 기술 면접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부트캠프 내 유료 스터디도 운영한다.


지하철 신촌역에 게시된 부트캠트 옥외 광고.


포털사이트에개발자 부트캠프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화면.


│부트캠프, 정말 필요한지 따져봐야


그러나 실제 전공자 및 부트캠프 수료자들은 부트캠프가 본인에게 정말 필요한지 점검하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기정 씨는 “주변을 보면 (부트캠프를) 다들 하니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입사 예정인 권기범(30) 씨는 “(입사 준비 때) 국비 지원교육을 받았으나 크게 도움이 안 됐다”며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개 부트캠프는 비전공자라 관련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전환하려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본교 컴공과를 복수전공 중인 황(27) 씨는 “부트캠프는 관련 학과에서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는 비전공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본교 컴공과 이(23) 씨 또한 “학부 과정에는 실제 코드를 작성하고 동작하게 하는 과제들이 많다”며 “꼭 부트캠프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시중 교재로 공부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기정 씨는 “부트캠프는 본인에게 부족한 점을 파악하기 정도에 좋은 것 같다”며 “(수료한) 주변인들도 좋은 경험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자들,

│포트폴리오 쌓기용 부트캠프에 회의적


업계 현직자 및 부트캠프 선발 관계자들은 부트캠프에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본교 컴공과를 졸업하고 네이버에 재직 중인 임(29) 씨는 “부트캠프 수료자들의 이력서 100개 중 99개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서류를 검토하는 주변 현직자에 따르면, 단기 집중 형태로 진행되는 부트캠프에서 만들어진 포트폴리오와 이력서가 거의 다 비슷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현실을 전했다.


부트캠프를 취업 성공을 위한 사다리로써 홍보 및 인식하는 상황에 대해 임 씨는 “나도 취업 준비를 할 때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며 “정답이 없는 곳에서 ‘우리가 정답’이라고 홍보하니 마음이 급한 입장에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권 씨 역시 “여기 오기만 하면 ‘네카라쿠배’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사실 현혹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대기업들은 신입 개발자뿐만 아니라 현업 경력자들도 다들 가고 싶어 해 (취업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 필요한 개발자 직업

│‘정해진 답’ 없다지만 방향성 고찰해봐야


개발자는 ‘학습이 끝이 없는’ 직업이라 불린다. 임 씨는 “국비교육이나 부트캠프 출신들은 거기서 배운 내용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 전공지식 및 이론 공부를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스텍 부트캠프를 수료한 이 씨도 해당 부트캠프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배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모르는 게 있으면 스스로 찾아봐야 했다”며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론 및 전공지식 공부가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물들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준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8월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학에 부트캠프를 도입하고 초·중등학교 정보교육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부트캠프가 제도화될 현시점에서 개발자 부트캠프의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글 | 서지원 기자 sjw22@sogang.ac.kr

인포그래픽 | 이나윤 기자 sugar0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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